지난달 27일(현지시간) 치러진 나미비아 대통령 선거에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다만 야권이 “선거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다”며 불복을 선언해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3일 AFP통신에 따르면 나미비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집권당 남서아프리카인민당(SWAPO) 후보이자 현 부통령인 네툼보 난디은다이트와(72)가 57% 득표율로 당선됐다고 밝혔다.
승리가 확정되자 난디은다이트와 당선인은 “국민들은 평화와 안정을 택했다”며 “신뢰와 믿음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나미비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여성 지도자는 매우 드물다. 난디은다이트와를 제외하면 현재 아프리카 대륙에서 여성 지도자는 사미아 술루후 하산 탄자니아 대통령이 유일하다.
난디은다이트와 당선인은 지난 2월 하게 게인고브 전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부통령에 올랐다. BBC는 그가 “25년 이상 국회와 정부에서 일한 믿음직한 고위 관료”이자 “당내 중진”으로 평가받는다고 전했다.
나미비아 집권당 SWAPO는 199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30년 넘게 집권해왔다. 그러나 경제가 나빠지고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청년 세대 지지가 약해졌다. 지난해 나미비아 18~35세 청년 실업률은 40%를 기록했다. 특히 2014년 선거에서 87% 득표율로 당선됐던 게인고브 전 대통령 득표율이 지난 선거에선 56%까지 추락해 위기감이 커졌다.
이번 선거에선 사상 처음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질 거란 전망까지 나왔지만, 난디은다이트와 당선인이 승리해 SWAPO 재집권이 확정됐다. 정치분석가들은 난디은다이트와가 선거를 앞두고 당내 통합을 이뤄낸 점, 당내에서 불거진 부패 논란과 거리가 있는 ‘성실한 공직자’ 이미지를 가진 점이 승리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야당 후보만 14명이 출마해 표가 분산된 점이 여당 재집권을 유리하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도 SWAPO는 과반 확보에 성공했다. 다만 2019년 선거(63석)보다 크게 줄어든 51석 획득에 그쳐 약해진 지지세가 확인됐다. 대항마로 꼽혔던 제1야당 독립애국당(IPC)은 21석을 얻었다.
독일 식민지였다가 세계 1차 대전 이후 남아공 지배를 받은 나미비아는 1990년 독립했다. 이후 꾸준히 민주 선거를 치러 민주주의가 안정적으로 정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투표 기간이 연장되면서 혼란이 일었다. 선관위는 일부 투표소에서 용지 부족, 유권자 확인 기기 부실 등 문제가 있었다며 투표를 3일 연장했다. 이에 야당은 “법치가 심각하게 침해당했다”며 “최종 개표 결과와 상관없이 이번 선거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IPC 등 야권은 이날 선관위 발표 후에도 불복을 선언하며 “법적 공방을 통해 정의를 밝히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