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찍은 TK는 반성하라”…‘보수 성지’ 대구서 첫 시민시국대회

백경열 기자
‘윤석열 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에 참가한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4일 대구 동성로에서 휴대전화 불빛을 밝히며 윤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윤석열 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에 참가한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4일 대구 동성로에서 휴대전화 불빛을 밝히며 윤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헌정 질서를 파괴한 윤석열을 구속하라”

4일 오후 5시반쯤, 대구 중구 동성로 한가운데에 모인 수백명의 외침이 도심의 소음을 잠재웠다. 차디찬 아스팔트 바닥 위에 찬바람을 맞으며 쪼그려 앉은 채였지만 군중의 목소리는 뜨거웠다. 촛불 대신 휴대전화 불빛이 이들 주위를 감쌌다.

이날 대구 도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첫 시민시국대회가 열렸다. 지역 시민사회단체 및 정당, 노동단체 관계자 등 800여명이 동참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윤 대통령을 내란 범죄자이자 민주주의 파괴자로 규정하고 즉각 퇴진 등을 요구했다.

임성종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 범시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청산되지 못한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다”면서 “박정희와 전두환의 군사쿠데타를 역사의 심판대에 제대로 세우지 못한 결과가 오늘날 윤석열과 같은 자에 의해 다시 내란과 친위쿠데타로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헌정질서를 파괴한 독재자 윤석열에 대한 철저한 응징이 있어야 한다. 대충 구속하고 사면해주는 구태의 방식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대구 동성로에서 4일 열린 ‘윤석열 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에 참가한 한 시민이 윤 대통령의 수사와 대구·경북의 반성을 촉구하는 내용의 종이를 펼쳐보이고 있다. 백경열 기자

대구 동성로에서 4일 열린 ‘윤석열 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에 참가한 한 시민이 윤 대통령의 수사와 대구·경북의 반성을 촉구하는 내용의 종이를 펼쳐보이고 있다. 백경열 기자

이날 이형근 영남대 민주동문회장은 발언대에 올라 대구·경북지역 대학 동문과 졸업생 1014명의 비상시국선언문을 소개했다.

그는 “주권자인 국민을 억압하고 무시하는 장관과 국회의원은 공복이 아니라 공범”이라면서 “더 늦기 전에 진실을 밝히고 윤석열 퇴진에 동참하는 것이 반성과 사죄의 유일한 길이다”고 말했다.

이어 “무개념과 무원칙, 무능력 독재자 윤석열은 더 이상 국민의 대표가 아니다”며 “윤석열이 철옹성으로 여기는 대구경북민들의 분노도 임계점을 넘었다”고 덧붙였다.

대구 시민사회단체는 민주주의를 잘 깨지는 유리그릇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들은 “우리가 잘 관리하고 보듬고 보살피면 찬란한 광채와 편리함을 주지만, 순간 잘못하면 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유리그릇”이라면서 “우리는 어젯밤 윤석열에 의해 깨어질 뻔한 민주주의를 시민의 힘으로 지켜냈다. 무력으로 국회를 봉쇄하려는 군인들에 맞서 시민들은 국회를 지켜냈다”고 강조했다.

대구 동성로에서 4일 열린 ‘윤석열 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 참가자들이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내용의 펄침막을 들고 있다. 백경열 기자

대구 동성로에서 4일 열린 ‘윤석열 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 참가자들이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내용의 펄침막을 들고 있다. 백경열 기자

현장에서 집회 모습을 지켜보던 시민 박성호씨(56)는 “대구경북(TK) 지역민들이 윤 대통령을 탄생시키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지지해 왔던 것에 수치심을 느낀다”며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국정 운영을 할 수 없게 된 만큼 윤 대통령은 하루라도 빨리 스스로 물러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국대회 참가자들은 약 1시간 동안 집회를 마치고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도심 2.4㎞ 구간을 행진했다. 경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1개 중대를 현장에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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