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계엄경(警)’ 역할 했나…국회 봉쇄 적극가담 의혹

송진식 기자

위법적 국회 봉쇄, 계엄해제 의결 막으러 했나

국회경비대, 6기동단 모두 서울청 소속

5일 국회 행안위 현안질의…책임자 추궁

국회 앞 충돌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밤 경찰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국회 앞 충돌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밤 경찰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에 위법적인 국회 봉쇄에 나선 경찰의 움직임을 놓고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국회 봉쇄에 경찰이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4일 더불어민주당 등에 따르면 계엄선포 직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와 서울경찰청 6기동단 등이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막는 등 봉쇄작전에 참여했다. 국회경비대와 6기동단 모두 평소 외부 위협으로부터 국회를 경비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국회를 수호해야하는 경찰들이 국회를 봉쇄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경찰의 국회 봉쇄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첫번째 통제 ‘타깃’이 국회였다는 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다. 당시 계엄선포 한 시간여 만에 특전사 등 280여명의 계엄군이 헬기를 타고 국회로 날아와 내부 진입을 시도했다. 경찰은 국회 출입문을 둘러싸고 외부 진입을 차단하던 시점이었다. 종합하면 경찰이 국회의 진출입을 차단하고, 내부에선 계엄군이 국회 진압을 시도한 셈이다. 이 시점 경찰의 역할은 사실상 ‘계엄경(警)’에 가깝다고 봐야한다.

당시 국회는 비상계엄령을 해제하기 위해 표결을 해야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해제 요건을 채우려면 의원 150명 이상 동의(재적의 과반)가 필요한 상황이라 단 한 명의 의원이 아쉬운 때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회 봉쇄에 나선 경찰의 ‘의도’가 무엇인지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3일 오후 11시경 대통령 비상계엄으로 경찰이 통제 중인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담을 넘어 본청으로 향하고 있다. 국회의장실 제공

3일 오후 11시경 대통령 비상계엄으로 경찰이 통제 중인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담을 넘어 본청으로 향하고 있다. 국회의장실 제공

경찰의 행태를 놓고도 수많은 위법행위 가능성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법률상 비상계엄 상황이라해도 국회 활동을 중단시키거나 차단할 수 있는 근거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국회법에도 국회의 독립성과 불가침 원칙이 명시돼있다. 봉쇄 행위 자체가 위헌·위법적 요소가 있다는 지적이다.

계엄군이 헬기를 타고 속속 국회에 내리는 동안 경찰은 지켜보고 있었다는 점에서 사전에 이미 계엄군의 진입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공교롭게도 국회 봉쇄에 실질적으로 투입된 경력이 모두 서울청 소속이다. 김 청장의 경우 윤 대통령과의 인연을 들어 경찰 내 ‘용산 라인’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목현태 국회경비대장(총경)은 경남 마산 출신으로 김용현 국방부장관(마산 출신)과 동향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5일 현안질의를 열어 국회 봉쇄 상황 당시 경찰의 지휘상황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목현태 총경 등이 출석요구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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