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사거리에 시민들 집결
“자유를 빼앗길 수 있다는 공포감”
“무능한데 계엄까지 할 줄 몰랐다”
윤 탄핵소추안 가결까지 집회 계속
4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 다시 촛불이 켜졌다. 퇴근길 시간에 모인 시민들의 손마다 주황색 촛불이 들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를 규탄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은 촛불을 머리 위로 들고 “불법 계엄 내란죄 윤석열은 퇴진하라”고 외쳤다.
이날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 각계 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한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퇴진광장을 열자! 시민촛불’(시민촛불)에 참여한 시민들은 “역사 속에서나 벌어졌던 비상계엄이 말이 되느냐”며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때까지 주중에는 야간에, 주말에는 낮 동안 집회를 이어가기로 했다.
집회에 참여한 초등학교 교사 김모씨(27)는 “아이들과 나를 위해 집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상계엄 영상을 보니 죽을 수도 있고 자유를 빼앗길 수 있겠다는 공포감을 느꼈다고 했다. 김씨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 차원에서라도 윤석열이 탄핵을 당하는 걸 봐야 할 것 같다”며 “앞으로도 계속 집회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밤 경기 성남시 분당에서 서울 여의도로 와 새벽 내내 국회를 지켰다는 강호린씨(71)는 “부채 의식 때문에 집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때 취직을 위해 민주화운동에 눈을 감았는데 그때 벌어졌던 것이 5·18광주민주화운동이었다고 했다. 강씨는 “무슨 일이 있으면 한 번은 내가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36시간 내내 한숨도 못 잤다”며 “일단 윤석열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때까지는 계속 (집회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무엇보다 비상계엄 선포 때문에 탄핵을 생각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병원 직원 김모씨(29)는 “의료대란이 일어난 뒤 너무 무능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계엄까지 할지 몰랐다”며 “탄핵 집회에 가능하면 매일 나오고 싶다”고 말했다.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계엄을 생각했다는 자체, 국민을 상대로 총칼을 들이댈 생각을 한 그 자체가 천인공노할 범죄”라며 “내란죄의 수괴에 해당하는 범죄자 윤석열을 당장 자리에서 내쫓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권력을 차지하고 호의호식하는 사람들이 망친 한국을 우리 시민이 피 흘리고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서면서 여기까지 왔다”며 “범법자 윤석열은 대통령 참칭 행위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이날 1시간20분가량 집회를 한 뒤 오후 7시20분쯤부터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으로 행진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