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네’ 노래는 프랑스 샹송의 번안이다. 원곡보다 번안이 더 살갑게 귀에 감긴다. 이 겨울 찬 바람 무릅쓰며 광장에 서서 민주주의를 외치는 이들에게도 탄일종이 댕댕댕 귓전에 감돌길. 이 나라에 없는 사이 ‘눈이 내리네’ 노래의 날들이었나봐. 소나무도 그렇지만 단톡방마다 첫눈 소식이 대박. 두어 주에 걸쳐 유럽에 다녀왔다. 의장 주교님과 신부 수녀님, 목사님들 따라서 평화를 비는 순례사절단의 일원으로다가. 믿기지 않겠으나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면전에서 뵙기도 했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책에 오월 광주의 소년시민군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 여사의 사인을 받아들고 갔는데, 이를 순례단은 선물로 드리고 왔다.
어김없이 눈이 오고, 소년도 오고, 살아 돌아오는 이들을 마중하는 시절이렷다. 최근 내 선곡음반 시리즈 ‘여행자의 노래’ LP반을 발매했다. 어디서 제작할까 찾다가 눈꽃나라 오스트리아에서 알판을 찍어왔다. 검고 둥그런 ‘엘피판’에다 그간 지구촌을 떠돈 순례 여정을 내가 사랑한 노래들로 정리한 셈이다. 탁한 목청으로 부른 자작 노래도 한 곡 담았다. 계절이 변하듯 얼굴도 변하고 목소리도 변해간다. 다만 소나무처럼 변치 않아야 할 점은 청년의 기개, 푸르름이리라.
폭설 뒤끝으로 눈모자를 털고 푸르름을 잃지 않은 금수강산의 소나무숲을 귀로에 바라보았다. “솔아 푸르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 마라, 창살 아래 네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 별이 뜨는 회선재 내 집, 성탄 장식을 따로 하지 않아도 별을 총총 매단 우뚝한 성탄트리 소나무가 여러 그루다. 세계교회협의회(WCC) 본부가 있는 제네바의 도심 성탄트리가 문득 생각나. 아랫동이 댕강 잘린, 올해의 희생제물 전나무였다. 일행들만 없었다면 꼭 안아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