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탄핵 사유 충분”
군 국회 진입 ‘내란미수’ 해당
‘밀실’ 계엄 심의도 위헌 소지
법조계 전문가들은 4일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비상계엄령을 선포할 때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군을 동원해 국회 기능을 정지시키려 한 행위는 ‘내란’에 준한다고 비판했다. 헌법은 대통령이 내란죄를 범하면 임기와 상관없이 형사 소추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현행법상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는 기관은 경찰뿐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오후 10시23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런데 계엄을 선포하기 전 헌법이 명시한 절차를 따랐는지 불분명하다. 헌법 제77조 4항은 ‘계엄을 선포한 때 대통령은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렇지만 대통령에게 이런 통고를 받았다는 국회의원은 없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조차 “저도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긴급 담화에서 언급한 비상계엄 공표 범위가 모호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계엄법 제3조는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때에는 그 이유, 종류, 시행일시, 시행지역 및 계엄사령관을 공고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할 때 이런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헌법 제89조와 계엄법 제2조는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고자 할 때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했는데 심야 국무회의에 누가 참석했는지, 정족수가 채워졌는지 불투명한 상태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상황도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경찰이 일부 국회의원의 국회 진입을 막는 일이 있었고 무장군인이 의사당에 진입해 회의 방해를 시도했다. 이런 행위는 ‘내란미수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헌법이 규정한 계엄의 권한을 넘어 국회의 기능까지 제한하려 했다는 것이다. 형법 제91조 2호는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국헌문란의 목적 중 하나로 규정했다. 국헌문란의 목적이 인정돼 내란죄가 성립되면 수사기관은 대통령을 상대로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포고령’이라고 낸 것을 보면, 1호가 국회와 지방의회 기능을 중지시킨다고 돼 있다”며 “이는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계엄권을 넘어선 권한남용”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비상계엄을 선포하기에 앞서 헌법에 명시된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 계엄 선포 후 군대가 국회의사당에 난입함으로써 내란미수를 저지른 행위만으로도 충분한 탄핵 사유가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이날 내란죄로 잇따라 고발됐다. 개혁신당에 이어 원외 진보정당인 노동당·녹색당·정의당이 서울중앙지검에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고발장을 제출했다. 조국혁신당도 같은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장을 냈다.
고발장은 검찰과 경찰에 산발적으로 접수됐지만 현행법상 내란죄 수사는 경찰만 할 수 있다. 검찰도 내란죄가 검찰의 직접수사 개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내란죄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대상에서도 빠져 있다.
경찰이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에 착수하더라도 이해충돌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경찰 핵심 지휘부인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전날 밤부터 새벽까지 이어진 비상계엄 선포·집행 과정에서 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저지하는 데 지시·관여한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을 비롯해 참모들의 비상계엄 관련 혐의를 검찰의 직접수사가 가능한 직권남용죄로 보고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경우 윤 대통령에 대한 직접수사가 불가능하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현행법상 내란 및 외환죄가 적용될 경우에만 임기 중 현역 대통령의 기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