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소동’ 혼란 남기고 국정동력 상실, 연금·교육개혁 등 삐걱…관가도 어수선

김원진 기자

느닷없는 12·3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 정국’에 접어들면서 윤석열 정부는 국정동력을 크게 잃었다. 정부가 추진해온 국정과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10개월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의대 증원 문제를 비롯해 의료·연금·노동·교육 등 중장기 개혁과 동해 심해 유전 탐사 사업 등이 모두 불투명해졌다.

4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은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에 집단사직한 전공의를 겨낭해 ‘의료인 처단’ 내용이 들어가면서 정부를 향한 의료계 적대감이 확산됐다. 의료계 화살은 의료개혁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로 몰리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의료개혁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비급여·실손보험 개선안 논의를 위해 열릴 예정이던 의료개혁 특별위원회(의개특위) 회의가 취소됐다. 의개특위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서 비급여·실손 공정보상 공청회 날짜를 정하려고 했지만 회의가 취소됐다”며 “대통령 직속 위원회다 보니 앞으로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의개특위는 이달 말 비급여·실손보험 개선 방안을 포함한 2차 실행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정재훈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의대 증원뿐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과 필수의료 개편,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과 같은 주요 과제들이 계엄 사태로 인해 매몰됐다”며 “의료개혁에 윤석열 꼬리표가 붙으면서 개혁 추진 동력이 상실된 것”이라고 말했다. 공회전 중인 연금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칠 공산이 크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 중인 동해 심해 유전 탐사,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진행 여부도 불확실하다. 이달 중순 탐사 시추가 예정된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윤 대통령의 1호 국정브리핑 사안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비상계엄 선포 사유로 야권의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 삭감을 언급했다. 일단 산업부는 탐사 시추는 예정대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시추선 입항, 기자재 선적 등 1차공 시추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은 에너지 안보와 국가 경제에 중요한 사업으로 내년 예산안에 포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4·15 총선 참패와 낮은 국정 지지율, 비상계엄 사태가 겹치면서 ‘노동개혁’ 동력도 사실상 소진됐다. 한국노총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권 퇴진 기조를 내걸고 윤석열 정부를 사회적 대화 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힌 터라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논의는 냉각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 합의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 여소야대 상황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등 법·제도 개선은 쉽지 않다.

당정은 지난달 26일 윤 대통령이 지난 5월 민생토론회에서 제정을 약속한 ‘노동약자 지원·보호법’(노동약자법) 내용을 공개하면서 정기국회 내 논의를 추진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야당과 노동계 반대로 힘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관가는 어수선한 분위기다. 지난 3일 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정부세종청사 일부 부처에서는 자정을 전후로 청사 정문을 폐쇄하고 출입을 제한했다. 한 부처 공무원은 “이런 상황이 어떻게 벌어진 건지 영문도 모른 채 비상대기만 했다”며 당혹스러워했다.

부처 장관들은 계획된 일정을 취소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제1회 안전문화혁신대상 시상식 등 외부 일정을 취소했다. 환경부 장관은 4일 오후 일정을 취소하고 향후 남은 일정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여성가족부도 장관 대행인 신영숙 차관이 5일 아이돌봄서비스, 성평등 관련 외부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반기웅·김지환·김경학·김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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