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 공격” 청부 살인 가능성…총격범 추적 중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보험 부문 대표 브라이언 톰슨 최고경영자(CEO)가 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도심 한복판에서 괴한의 총격에 사망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톰슨은 이날 오전 6시46분쯤 맨해튼 미드타운의 힐튼 호텔 근처에서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성의 총격을 받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제시카 티쉬 경찰청장은 이날 “총격범이 호텔 밖에서 톰슨을 기다렸다가 총을 쏴 등과 다리에 맞혔다”며 “뻔뻔한 표적 공격이었다”고 밝혔다. 총격범은 공용 자전거인 ‘시티바이크’를 타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그는 센트럴파크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다. 경찰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총격범은 검은색 후드티 차림에 배낭을 메고 있었고 얼굴은 식별되지 않았다. 경찰은 총격범을 추적 중이다.
톰슨은 이날 오전 8시 힐튼 호텔에서 열리는 연례 투자자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다고 NYT는 전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청부에 의한 계획적 살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 톰슨이 최근 여러 차례 협박을 받았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보험사의 CEO는 업무 특성상 위협을 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톰슨은 2004년 유나이티드헬스그룹에 입사해 CEO 자리까지 올라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 측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의 소중한 친구이자 동료였던 톰슨이 세상을 떠난 것에 깊은 슬픔과 충격을 받았다”며 “그는 모든 이들에게 매우 존경받는 동료이자 친구였다. 그의 가족과 가까웠던 모든 이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한편 총격이 벌어진 장소도 이 사건에 파장을 더했다. 뉴욕현대미술관(MoMA), 록펠러 센터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힐튼 호텔은 미국 현대사 주요 장면에 자주 등장한 장소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이곳에서 승리 연설을 했고, 에미상 시상식도 여기서 열린 바 있다. 1970년대 미 정부가 베트남전 발발에 개입했다는 국방부 기밀문서 ‘펜타곤 페이퍼’를 입수한 NYT 기자들이 이를 검토하며 특종 기사를 작성한 곳이기도 하다.
NYT는 “유서 깊은 뉴욕의 힐튼 호텔이 가진 역사에 암울한 ‘한 장’이 추가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