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 개최
김용현 전 장관이 계엄군에 직접 지시
전 계엄사령관 “명령 내릴 조직 없어”
김선호 차관 “병력 투입 부정 의견 냈다”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차관·왼쪽)과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5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현안질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차관)과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군을 움직인 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라고 5일 밝혔다. 이들은 비상계엄 선포 사실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건의한 김 전 장관이 이번 사태의 핵심 책임자라는 점이 재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이 해외로 도피할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선호 직무대행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의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누가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에 계엄군 투입을 지시했느냐’는 조국 조국혁신당 의원의 질의에 “김용현 전 장관이 했다”고 답했다. 박안수 총장도 ‘계엄군의 국회 철수는 누가 명령했나’는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질의에 “김 전 장관이 했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자신은 계엄군의 국회 진입 계획도 몰랐고, 사태 당시 계엄군에 아무런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했다. 박 총장은 “명령을 내릴 수준의 조직이 없었다”라며 “계엄사 상황실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장관(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자신이 (대통령의 지휘권을) 위임받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즉, 김 전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위임을 받아 계엄사령관을 건너 뛰고 예하 부대에 직접 명령을 내렸다는 얘기다.
박 총장은 ‘계엄이 실패한 이유는 뭐라고 보나’라는 황희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는 “급하게 진행되면서 군사적으로 계획, 대비가 안 된 점이 있다”라며 “좀 어수선한 분위기가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지난 3일 오후 담화 발표를 보고 계엄 선포 사실을 인지했고, 이어진 국방장관 주재 전군지휘관회의 이후에야 계엄사령관이 자신이라는 점을 알았다고 했다.
계엄군사령부가 지난 3월 오후 11시를 발표한 ‘포고령’은 국방부가 작성하지 않았다고 김 직무대행은 말했다. 그는 “작성 주체는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포고령에는 ‘국회 활동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내용 등이 담겨 위헌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김 직무대행도 계엄 선포는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했다.
김 직무대행은 “계엄에 병력이 동원되는 것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해왔다”라며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에서 김 전 장관에게 병력 투입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가 범죄자 집단 소굴이 됐다는 비상계엄 선포 당시 윤 대통령의 표현에 동의하냐’는 조국 의원의 질의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직무대행은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이번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묻자 “국민께 다시 한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개인적인 입장에서 참담하고 매우 슬프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방차관 직책에 있으면서 일련의 행동을 미연에 확인하지 못했고 이를 막지 못했다”라며 “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추후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 전 장관은 이날 국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의 면직을 재가하면서다. 김 전 장관의 해외 도피 가능성이 나오면서 그를 체포하거나 출국금지 조치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김 전 장관의 해외 도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도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을 비롯해 윤석열씨, 김용현씨, 또 관련된 사람들은 내란죄 현행범”이라며 “군 수사기관에서 체포하고 당장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국방위가 정회한 이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과 함께 모의하고 획책한 김 전 장관이 출국을 시도하고 있다”라며 “제2의 ‘런종섭(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방위에서 확실한 거 하나가 밝혀졌다. 내란 사건에서 계엄사령관은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이라며 김 전 장관이 계엄 선포의 핵심 인물임을 가리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