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계엄군이 경기도 과천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에 진입한 것과 관련해 미리 준비된 움직임으로, 최근 특검을 요구한 명태균씨 관련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은 5일 열린 국회 행안위 현안질의에서 “정말 이상한 지점이 (계엄군이 선관위에 진입한) 이 시간은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선포 담화를 발표한 직후였다. 미리 준비해서 갔다는 이야기이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23분 생중계로 긴급 대국민 담화문 낭독을 시작했고, 비상계엄령 선포는 10시28분 이뤄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계엄군 10여명이 경기도 과천에 있는 중앙선관위 청사에 투입된 시점은 이로부터 5분 후인 오후 10시33분이다.
이후 군과 경찰력이 추가됐는데, 계엄사는 과천청사에 110여명 외에도 선관위 관악청사, 선거연수원에도 각각 47명, 130명의 군을 투입했다.
계엄군은 야간 당직자 등 5명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행동 감시 및 출입 통제를 했다. 계엄군은 그날 오전 1시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후인 오전 1시58분 철수했고, 경찰은 그날 오전 7시14분 철수했다.
현안질의에 출석한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선관위는 계엄법 대상이 됩니까’라는 정 의원의 질의에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계엄군이 왜 우리 선관위에 진입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정확하게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군부독재 때도 계엄군이 선관위를 한 번도 간 적이 없다”면서 “헌법기관의 수장으로서 (계엄군 침탈에) 어떤 대응을 할지 분명하게 행안위에 보고해달라”고 주문했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경찰의 선관위 투입은 계엄사의 연락을 받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방첩사령관에게 연락이 와서 여기(선관위)에 갈 예정이라고 이야기를 하니 그곳에 혼란 상황이 생길 것을 대비해서 경기남부청장한테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상식 민주당 의원은 “명태균씨가 차라리 특검을 받겠다고 이야기한 때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용빈 사무총장은 이상식 의원이 계엄군이 반출한 자료가 있냐고 묻자 “없다”고 말했다. “전산기록에서 삭제되거나 복사하는 등 로그 기록을 확인했냐”고 묻자 “확인했다”고 답했다.
이날 CBS노컷뉴스는 계엄군이 당직실 외에 정보관리국 산하 특정 부서도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정보관리국은 개인정보 및 선거정보 관련 데이터 서버 등을 관리하기 위해 24시간 직원들이 상주하는 곳이다.
정보관리국은 4·10 총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는 일부 보수단체가 그 증거가 있을 것이라 지목한 곳이다. 육사 출신 장재언 박사는 지난 4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관위에서 사전선거프로그램을 관리하는 개발팀을 가진 정보관리국 중 ‘정보운영과’에서 총선·대선을 관리하는 선거정보1계 과장 포함 담당자 6명의 프로그램으로 모든 의혹을 간단하게 풀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분들(장재언·민경욱)의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이분들 주장에 상당히 경도돼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계엄군이 비상계엄령 선포 직후 중앙선관위에 진입한 데는 이런 자료 확보를 위한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 의원은 이어 “보도에 따르면 (계엄군이) 특정 서버에 접근한 것으로 보이는 상황인데 사무총장이 파악을 못 하는 것 같으니 실내 폐쇄회로(CC)TV 등 여러 방법으로 확인해 방첩사가 어느 사무실에 방문해 어떤 자료에 접근했는지 소상히 정리해 자료로 제출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