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노태우 내란죄 사건 대법 전합 판결보니
“군헌문란 목적, 국가기관 영구 폐지만 대상 아냐”
내란 구성원으로 모의 참여·가담, 내란죄 처벌 가능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이 정한 요건에 위배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내란죄에 해당하는지를 두고도 관심이 높다. 대법원은 이미 27년 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신군부의 1980년 5월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치에 대해 “일종의 협박행위로서 내란죄 구성요건인 폭동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대법원 판결의 취지가 12·3 비상계엄 사태에도 참고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97년 4월17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전두환·노태우의 내란죄 등 사건’에서 1980년 5월17일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한 신군부의 조치가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한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내란이 꼭 폭동을 일으키지 않았더라도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확대한 것은 협박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리고 이런 협박행위는 “내란죄의 폭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형법 91조2항은 ‘국헌문란’을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으로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대법원은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건 국가기관을 제도적으로 영구히 폐지하는 경우만이 아닌 사실상 상당기간 (국가기관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국헌문란 목적이 있었는지는 전두환·노태우 등의 행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및 결과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계엄군의 국회의사당 점거·폐쇄를 포함한 비상계엄 전국 확대, 광주시위진압,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설치·운영, 정치활동 규제 등 일련의 행위가 ‘강압’에 의해 행해진 것으로 인정했다. 따라서 “대통령, 국무회의, 국회의원 등의 권한을 침해하거나 배제함으로써 그 권능행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 것이므로 국헌문란 목적이 있었다고 봐야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비상계엄 전국확대가 그 자체만으로 강압의 효과를 주기 때문에 “기본권 침해와 관련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내란 가담자들에 대한 판단도 함께했다. “내란을 모의하거나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내란을 구성한 구성원으로 모의에 참여했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기여했음이 인정된다면 내란죄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결의 취지였다.
윤석열 ‘12·3 비상계엄 사태’ 적용은?
윤 대통령이 일으킨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도 계엄군이 국회의사당에 난입했고, 우원식 국회의장 등 주요 인사들의 체포를 시도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강압적인 방법으로 국회 기능을 저해하려고 한 것이므로 국헌문란 목적이 있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에서 이미 해석한 것처럼 일시적으로라도 헌법기관의 기능을 정지시켜 권한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도 국헌문란에 해당한다”며 “공수부대를 파견하고 군·경으로 하여금 국회 출입을 통제한 것은 집회를 방해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는 점에서 국회문란의 목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내란죄 구성요건인 ‘폭동의 고의와 실행행위’까지 엄격히 따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비상계엄 심의와 실행에 옮긴 인사들에 대한 내란죄 공범 처벌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에게 내란죄를 적용할 수 있다면 비상계엄 기획·실행을 주도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 등은 내란죄 공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이 소집한 국무회의에서 비상계엄 선포안을 심의한 한덕수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 역시 내란 방조 내지는 공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