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태에 “철회, 처벌” “이재명 탓” 양비론
“간보나” 해석도…‘탄핵 불가’ 올인 쉽지않아
개헌론 꺼낼까, 명태균 의혹은 ‘리스크’ 혹은 ‘기회’

‘비한계’ 회동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 김기현 의원, 권영세 의원(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이 10월29일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조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12·3 비상계엄사태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열차’가 출발했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잠룡’들에겐 이제 선택의 순간이다. 올라탈지 말아야할지, 단 한번의 선택이 상반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여권 잠룡 중 한 명인 오세훈 서울시장도 그렇다. 탄핵 정국이라는 난세의 틈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지난 4일 계엄사태 직후 오 시장은 “책임자 처벌”을 외치면서도 “이재명이 원인”이라며 야권 견제를 곁들였다. 여러 여권 잠룡 중에서도 계엄을 전후로 한 오 시장의 입장은 비교적 단호하고 강경한 편이었다. 여론조사에서 비슷한 지지도를 보이는 홍준표 대구시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비교해보자. 계엄을 “해프닝”이라 표현한 홍 시장, 아예 계엄에 대해선 함구했던 원 전 장관이다. 이에비해 오 시장은 계엄 선포 직후 “철회”를, 계엄 종료 후에는 “처벌”을 거론했다. 윤 정부와 일정부분 거리를 두고 소신을 밝힌 것이다.
반면 오 시장은 비상계엄까지 이르게 된 원인을 여당의 ‘이재명 방탄 국회’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든 계엄사유와 일맥상통한다. 계엄을 비판하고, 철회를 요구한 것을 감안하면 다소 모순적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간본다” 해석도 나온다. 오 시장 주변에서는 “이재명 얘기가 좀 더 뒤에서 나왔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5일 공개된 뉴스토마토 의뢰 미디어토마토 수행 여론조사(12월2~3일) 중 ‘여권 대선주자 적합도’에서 오 시장은 5.0%의 지지를 얻어 유승민 전 의원(19.5%), 한동훈 대표(18.9%), 홍준표(7.0%) 시장 등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11월5~7일)의 ‘대선주자 선호도(여야 무관)’에서는 3.0%의 지지를 얻어 여권 내에서는 한동훈 대표(14.0%), 홍준표 시장(4.0%)에 이어 3위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비상계엄 선포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 관건은 탄핵 정국이다. 여권 내 잠룡 순위는 아직 밀리는 오 시장이지만 탄핵을 거치면서 상황은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 오 시장은 이미 한 달여전부터 국힘 중진모임, 원로초청 오찬 등을 잇달아 열며 당내 존재감을 과시했다. 지난달부터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연일 이재명 대표를 저격하는 중이다. 탄핵 정국에서 오 시장이 어떤 ‘포지셔닝’을 가져가느냐에 따라 입지가 부각될 수도, 약화될 수도 있다.
오 시장은 아직 탄핵 관련 명확한 입장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미 “탄핵 저지”로 당론을 정했다. 경쟁자인 한 대표, 홍 시장, 원 전 장관 등도 모두 “탄핵 불가”를 선언했다. 탄핵에 동조하는 순간 차기 잠룡 지위는 잃게된다는 점에서 오 시장이 탄핵 열차에 올라탈 가능성은 매우 낮다. 같은당 안철수 의원처럼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기도 시점상 늦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명태균 씨에 대한 고소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고 당장 경쟁자들처럼 ‘탄핵 불가’에 올인하기도 쉽지 않다. 여론이 탄핵 찬성(73.6%·리얼미터)에 많이 기울어져있기 때문이다. 선출직 지자체장인 오 시장 입장에서는 대선 외 ‘플랜B’로 다음 지방선거(2026년)도 염두해야 한다. 총선은 아직 한참 남았지만 지방선거는 곧 코앞으로 다가온다.
이때문에 오 시장이 탄핵 불가에 힘을 싣되, 과거 본인이 주장했던 ‘4년 중임제 개헌’ 등과 같은 대안을 함께 들고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4일 계엄 관련 입장 발표 당시 오 시장은 개헌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그는 “여당의 중진으로서 이번 사태의 추후 해법에 대한 고민과 함께 국민의 지혜를 모으는 일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탄핵 외 변수는 명태균 씨 관련 의혹이다. 명 씨가 이미 기소된 상태이고, 오 시장 본인도 명 씨 등을 고소한만큼 향후 검찰 수사를 통해 진위가 가려질 예정이다. 오 시장 측은 진실 규명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어 의혹이 깨끗하게 해소될 경우 오 시장에게는 명 씨 문제가 ‘전화위복’으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