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의 글로벌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10만달러를 넘었다. 미국 3대 주가지수는 최고점을 경신하는 등 ‘산타 랠리’를 이어갔다. 반면 12·3 비상계엄 사태 충격파에 원·달러 환율은 연일 오르고 국내 증시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밀어온 밸류업 정책의 추진 동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외국인들은 밸류업 수혜주인 금융주를 대거 팔아치웠다.
친가상자산 인사 지명에 치솟은 코인
5일(한국시간)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오후3시32분 기준 비트코인의 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5.18%(5012.44달러) 오른 10만1758.08달러를 기록했다. 한때 10만3992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비트코인의 개당 가격이 10만달러를 돌파한 건 처음이다.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서도 비트코인의 국내 가격은 개당 1억4610만원까지 올랐다.
비트코인의 상승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일찌감치 ‘가상자산 대통령’을 천명하면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됐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에만 두 배 이상 올랐고, 최근 한 달간 49%(약 5000만원) 뛰었다. 미 정부효율부 위원장으로 내정된 일론 머스크부터 재무장관, 상무장관, 미 증권거래위원장(SEC) 등 차기 내각이 친가상자산 인사로 채워질 때마다 가격 상승에 탄력이 붙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로 유동성이 확대되고 경기호조에 위험선호 심리가 커진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 증시가 급반등한 것도 같은 이유다. 4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 산업평균 지수 등 미 3대 주가지수는 기술주 반등에 힘입어 일제히 신고가를 경신했다. 경기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했지만, 같은 날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미국 경제가 아주 좋은 상태”라며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강화했다.
흔들리는 밸류업에 금융주 폭락
반면 국내 금융시장은 싸늘하다. 5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원 오른 달러당 1415.1원에 주간거래를 마치며 이틀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환율은 2거래일 만에 12.2원(주간 종가 기준)이나 상승했다.
코스피 역시 전장보다 22.15포인트(0.90%) 내린 2441.85에 장을 마쳤다. 탄핵 정국으로 정치리스크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에 외국인이 3200억원어치 ‘팔자’에 나서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최근 이틀간 7600억원을 팔아치웠다.
특히 KB금융이 10% 하락하고 신한지주(-5.50%), 하나금융지주(-3.25%), 우리금융지주(-3.77%) 등 밸류업 수혜주로 꼽힌 금융주가 크게 부진했다. KB금융은 이날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이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도 너무 많이 오른 만큼 상승세가 이어질지 봐야하지만, 미국 증시 조정은 (코스피에도) 좋지 않다”며 “단기적으로 정치리스크가 방향을 잡는다면 반등이 나올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