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목소리가 대학가를 뒤덮고 있다. 학생들은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을 ‘위헌적 비상계엄’이라며 민주주의 역사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5일 서울 시내 대학 곳곳에서는 학생과 교수·연구자의 시국선언이 잇따라 나왔다. 이화여대·홍익대·서울여대·숙명여대·건국대 등에서 각각 수십명에서 수백명씩 모여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학생들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민주주의와 헌정질서가 무너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국민과 언론의 자유를 빼앗고, 헌법을 위반한 윤 대통령 본인이 헌정 질서를 파괴한 반국가세력”이라고 밝혔다. 숙명여대 학생 2620명은 시국선언문에서 “공정과 자유 민주 질서를 수호하겠다는 말은 기만이고, 김건희 여사에 대해선 수사조차 개시될 수 없도록 권력으로 비호한다”며 “이에 분노해 촛불을 든 국민에게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총을 겨눴다. 더는 윤석열이 대통령일 수 없다”고 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전부터 쌓여온 윤 정부의 실정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건국대 교수 237명은 “대통령은 합리적 이유 없이 청와대 사용을 거부하고 재정을 낭비하더니, 정부 부처와 위원회에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인물들을 임용하고 국가조직 전체를 자신의 호위무사 집단으로 전락시켰다”며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특검법을 포함한 개혁 입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도 남발했다”고 지적했다. 홍익대 학생 168명은 “의료 대란은 수습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연구개발(R&D) 예산을 복구하라는 대학원생의 입은 틀어막고 끌어냈다”며 “국민 세금으로 우크라이나에 전쟁 원조를 하고, 대북 정책의 실패로 언제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위기 상황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민주주의 역사의 주체인 대학생이 나서야 할 때라 강조했다. 홍익대 역사교육과에 재학 중인 임지혜씨는 “4·19 혁명 때 홍익대 학생들은 불의한 독재정권 이승만에게 맞서 싸웠다”며 “윤 대통령이 망친 나라를 견디며 살아가지 않고, 퇴진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숙명여대 시국선언을 제안한 황다경씨는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일하는 꿈을 갖고 역사문화학과에 왔으나, 정부는 친일을 긍정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세력을 주요 역사 기관에 임명해 ‘역사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내 꿈을 좌절시켰다”며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대학생이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각 대학에서 이어진 시국선언·기자회견에는 수많은 학생이 동참해 선언을 지켜봤다. 마이크를 잡고 발언하는 학생을 여러 겹의 인간 띠를 두른 다른 학생들이 에워쌓다. 발언과 발언 사이에는 박수와 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건국대 교수들의 시국선언 이후 자유발언자로 나선 학생 김지호씨(23)는 헌법 전문을 읊으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질서를 확고히 한다’는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김씨는 “윤 대통령이 전시 상태에나 할 비상계엄으로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고 한 점은 반헌법의 종지부를 찍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