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
김용현, 병력 국회 투입·철수 명령
내부 매뉴얼 여럿 지키지 않아
계엄사령관 “테이저건 사용 건의 받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군에 직접 명령을 내렸다는 증언이 5일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 선포가 유지되던 때에 합동참모본부의 지휘통제실을 방문해 김 전 장관을 만난 것으로 파악됐다. 계엄 선포 전에 선포 요건을 검토하는 국방부 내부 절차를 건너 뛰는 등 실무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도 확인됐다.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등 극소수가 위헌·위법적으로 계엄을 선포한 정황이다.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계엄군 투입을 누가 명령했느냐’는 조국 조국혁신당 의원 질의에 “김용현 전 장관이 했다”고 답했다.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김 전 장관이 계엄군의 국회 철수도 지시했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자신은 계엄군의 국회 진입 계획을 몰랐다며 “명령을 내릴 수준의 조직이 없었다. 계엄 상황실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장관으로부터 ‘대통령에게서 지휘권을 위임받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오전 1시 넘어 합참 지휘통제실을 방문해 김 전 장관과 박 총장을 만났다. 당시는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윤 대통령이 해제를 발표하지는 않은 시점이다. 박 총장은 윤 대통령이 지휘통제실에 있는 별도의 사무실에 15분 정도 머물렀다며 “대통령이 특별한 말씀은 없었고, 상황을 듣고 장관과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자신은 아무런 보고도 하지 않았다며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어떤 대화를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이 내란죄의 주범이자 핵심 범이라는 걸 방증한다”고 말했다.
계엄 선포 과정에서 내부 실무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승찬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는 계엄 선포 전에 국방부 비상대책회의를 개최해 현재 시국이 계엄 요건에 해당하는지 검토해야 한다. 또 국방부 기획관리관이 계엄선포안을 작성한 뒤, 이 안을 국무총리를 통해 대통령에게 보고하게 돼 있다. 부 의원의 관련 질의에 국방부 기획관리관은 “비상대책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계엄선포안도 제가 작성하지 않았다”라며 “총리 보고 과정도 없었다”고 답했다.
계엄사령부가 지난 3일 오후 11시에 발표한 ‘포고령’ 또한 국방부가 작성하지 않았다고 김 직무대행은 말했다. 그는 “작성 주체는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포고령에는 ‘국회 활동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내용 등이 담겨 위헌·위법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박 총장도 김 전 장관으로부터 포고령을 전달받은 뒤 시행 시간만 수정해 발표했다고 증언했다. 박 총장은 “수행자 등 3명과 함께 포고문을 살펴본 뒤, 김 전 장관에게 법적 검토를 건의했지만 김 전 장관이 검토가 완료된 것이라고 했다”라며 “그래도 계속 포고령을 읽어보는 상황에서 대변인실에서 연락이 와 이제 보내야 한다고 해서 보냈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계엄 선포 이후 국회에 병력이 투입된 상황에서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중장)으로부터 테이저건과 공포탄 발사를 건의받았다고 밝혔다. 박 총장은 합참 차장과 계엄과장 등과 논의한 결과 “테이저건과 공포탄은 국민에게 위해가 될 수 있으니 금지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 전 장관은 이날 국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의 면직을 재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김 전 장관의 해외 도피 가능성이 나오면서 그를 체포하거나 출국금지 조치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김 전 장관의 해외 도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또 박 총장을 비롯해 이번 계엄사태에 관여한 군의 고위 지휘관 등의 직무를 정지하고, 군검찰의 수사 등 진상규명 조치를 주문했다. 김 직무대행은 “복귀해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전날 김 전 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지만, 윤 대통령은 이날 반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