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를 옹호할 순 없다면서도 탄핵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탈당을 재차 주장했는데, 그가 강조하던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인의 대권플랜 가동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탄핵에 반대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대표로서 준비없는 혼란으로 인한 국민과 지지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국민의힘은 의원총회에서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다.
한 대표는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의 위헌적인 계엄을 옹호하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며 “이번 사태는 자유민주주의 정당인 우리 당의 정신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또 “(전날 면담에서) 대통령은 ‘민주당의 폭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상계엄을 한 것이다’라고 하셨다”며 “민주당의 폭거는 극심하고 반드시 심판받아야 하지만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합리화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사태에 책임지는 방식으로는 탈당을 재차 주장했다. 한 대표는 “엄정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며 “당 대표로서 대통령의 탈당을 다시 한번 요구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책임지고 앞장서서 이 사태를 수습하겠다”며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고 말했다.
탈당 조치는 헌정질서 파괴 행위를 비판하는 민심의 요구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핵을 요구하는 여론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한 응답자는 73.6%로 나타났다. 탄핵 반대는 24.0%였다.
한 대표는 ‘국민 눈높이’를 강조해왔지만 해병대 채 상병 특검, ‘김건희 특검’에 대해서도 태도를 바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전당대회 전에는 채 상병 특검 자체 추진을 공언했지만 현재까지 발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김 여사 특검법은 줄곧 반대하다가 이른바 당원게시판 논란이 커지자 ‘전략적 모호성’ 전략으로 돌아섰다. 이를 두고 당원게시판 논란을 덮기 위해 김 여사 특검법을 활용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대표가 탄핵에 반대하는 데는 자신의 대선 가도에 미칠 영향이 고려됐을 거라는 시선이 있다. 한 대표는 “범죄 혐의를 피하기 위해 정권을 잡으려는 세력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탄핵 이후 정권을 잡는 것을 막겠다는 의미이지만, 여권 대선 유력주자인 자신의 유불리도 함께 고려했을 거라는 비판이 당 내부에서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 직후 대선에서 보수 재집권은 어려울 거란 관측이 많다.
한 여권관계자는 통화에서 “탄핵은 자신에게 불리한 대선구도로 가니까 반대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한 대표의 가장 큰 문제는 옳고그름이 아니라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결정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독대 호소인에서 탈당 호소인으로 바뀌면 그 하고 싶어하는 (윤 대통령과의)‘차별화’가 되느냐”며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존재하지 않는데 그걸 팔겠다고 국민들에게 아무리 호소해야 팔리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