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12·3 비상계엄 사태’ 선포 전 열린 국무회의 참석 여부에 대해 답변을 피하고 있다. 대통령이 위헌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과정에 법무부 장관이 관여했는지를 당사자가 함구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도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나온다.
법무부는 5일 박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전 이를 심의하는 국무회의에 참석했는지를 묻는 기자단 질의에 “장관님의 국무회의 참석 여부나 장관님의 어떤 의사 표시에 대해서는 답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앞서 법무부는 박 장관이 계엄 해제를 심의하기 위해 열린 사후 국무회의에는 참석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박 장관에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 여부와 계엄 선포에 어떤 입장이었는지를 직접 묻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응답을 받지 못했다.
박 장관의 사전 국무회의 참석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12·3 비상계엄이 헌법을 철저히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서다. 국가의 법률 사무를 총괄하는 법무부 장관이 위헌 소지가 다분한 비상계엄을 심의하는 국무회의에 참석하고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반대하거나 제지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법무부의 한 간부는 “법무부 장관은 행정부 내에서 법 집행을 담당하고 있는 데다 박 장관이 법률가 출신이라는 점에서 다른 장관들보다도 책임이 중하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번 사태 이후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박 장관이 사전 회의에도 참석했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밝힌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박 장관은 계엄 사태 직후인 4일 아침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직에 연연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날 박 장관의 사의 표명 여부에 관한 기자의 물음에 “(국무위원들이) 일괄 사의 표명을 했다고 하고, 그게 잘못된 기사로 보이지는 않는다”고만 답했다.
검찰 내부에선 박 장관의 침묵을 두고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 검찰 간부는 “정말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사람이라면 어떤 입장이라도 밝히고 책임을 지거나 선을 그었을 것”이라며 “회의에 참석해 계엄을 찬성했다면 위헌을 묵인한 것이 되고, 반대했다면 그 계엄이 위헌이라는 걸 장관이 인정한 것이 돼 일이 더 커지는 걸 우려한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