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선발…인천 ‘원 클럽맨’
비시즌 미니 캠프 이끌고
후배들 잘 챙기는 ‘형’
지난 10월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선 정규리그 144경기로도 순위를 가리지 못한 프로야구 SSG와 KT의 5위 결정전(타이브레이커)이 열렸다. 8회초까지 3-1로 앞서가던 SSG는 8회말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통한의 역전 스리런포를 얻어맞았다. 마운드를 지키던 ‘구원 투수’ 김광현(36·사진)은 고개를 떨궜다. SSG는 이날 3-4로 져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당시 김광현을 중간 투수로 투입한 것을 두고 많은 말이 나왔다. 투수 기용과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 그러나 승부처에서 결승 홈런을 내준 김광현도 비난 여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오태곤은 당시 상황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한 후배다. 그는 “(김)광현이 형에게 정말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다. 자기 어깨와 몸 상태를 희생해가며 던진 것”이라며 “팬분들이 선수의 의지를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김광현은 KT와 운명의 타이브레이커 사흘 전인 9월28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5.1이닝 2실점 역투를 펼쳐 팀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당일 97구를 던진 김광현은 단 이틀 휴식 후 KT전에 구원 등판했다. 오태곤은 이 과정을 지켜보며 팀을 우선하는 베테랑의 희생정신을 느꼈다고 한다. 김광현은 2025시즌 SSG의 새 주장으로 이 같은 의지를 이어간다.
김광현은 지난 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처음이라 많이 부담되지만 감독님, 코치님, 프런트, 선후배 그리고 팬 여러분과 잘 소통하는 주장이 되겠다”며 “팀에 대한 어떠한 질책도 달게 받겠다. 성적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주장 선임 소식을 알렸다(위 사진).
추신수가 은퇴하며 주장직을 이어받은 김광현은 평소에도 후배들을 잘 챙긴다. 비활동 기간이던 올해 1월엔 일본 오키나와에 미니 캠프를 차려 후배 투수들과 함께 훈련했다. 항공료는 각자 부담했지만, 숙박과 식사 등 체류비는 김광현이 책임졌다. 2024시즌 종료 후엔 함께 고생한 투수, 포수들과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김광현은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했던 2시즌(2020~2021년)을 제외하곤 2007년 SK(현 SSG)에 입단한 이래 인천에서만 선수 생활을 한 ‘원 클럽맨’이다. SSG의 간판 투수였을 뿐 아니라 한국야구의 전성기를 함께했던 왼손 투수다. 올해는 31경기(162.1이닝) 12승10패 평균자책 4.93으로 에이스다운 투구를 하지 못했다. 올 시즌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20명 가운데 평균자책 순위 꼴찌다.
30대 후반에 접어들며 전성기에서 내려왔지만, 김광현은 여전히 SSG 토종 선발 가운데 가장 믿음직한 투수다. 그가 성적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면 SSG의 다음 시즌 전망도 밝아진다. 주장으로서는 처음 맞는 시즌, 김광현이 남다른 마음가짐으로 2025년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