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들은 젊은 리더가 이끄는 ‘개혁’을 원한다

김세훈 기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한축구협회를 강도 높게 비판한 전직 국가대표 스타들이 침묵하고 있다. 지금까지 협회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인물들은 모두 60대, 내년이면 70세가 되는 고령이다. 국민, 축구팬은 젊고 현신적인 마인드를 가진 젊은 리더를 원하지만 내가 봉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축구인들은 없다.

리얼미터가 축구 콘텐츠 업체 ‘달수네라이브’ 의뢰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자동응답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정 회장의 4선 도전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61.1%로 나타났다. 찬성하는 비율은 22.3%였으며, 16.7%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정 회장 책임론에 대한 이유로는 독단적인 운영(30.8%), 집행부 무능력·무원칙(27.1%),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16%), 승부조작 축구인 사면(8.6%) 순이었다.

차기 협회장에 적합한 인물을 묻는 질문도 있었다. 박지성이 35.9%로 1위에 올랐다. 허정무 전 감독이 19.5%, 박주호 해설위원이 13.1%로 나타났고, 정 회장은 7%에 불과했다. 국민 60% 이상이 정회장의 4선 도전에 반대했고 국민 36%가 최고 후보로 박지성을 꼽았다.

박지성(43), 이영표(47), 조원희(47), 박주호(37), 이동국(45), 안정환(48) 등 유명 축구 선수 출신 인사, 방송인 등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정몽규 회장 체제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비판 강도와 대상은 약간씩 차이가 있었지만 대동소이하게 △협회 행정 및 인사 개혁 △정몽규 회장 사퇴 등을 요구했다. 날 선 비판에 다수 팬들이 동의했고 응원했다.

그런데 허 전 감독, 정 회장 등이 잇따라 출마를 선언한 뒤 인기 선수 출신 인사들은 조용하기만 하다. 허 후보는 출마 선언 초기 박지성과 이영표 등에게 동참을 요구했지만 최근에는 “그분들에게 부담을 드리고 싶진 않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젊고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축구인들은 아무도 출마 선언을 하지 않고 있다. 특정 후보를 향한 지지를 표명한 인물도 없다.

협회장은 돈을 버는 자리가 아니라 봉사직에 가깝다. 협회 정관에 따르면, 협회장은 활동비는 있지만 월급이 없다. 누구든 협회장이 된다면 월급을 받지 않고 합리적인 활동비만 쓰면서 봉사에 가까운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어떤 걸 말로 비판하는 것은 쉽다. 엄청난 팬덤과 파급력을 가진 슈퍼스타의 발언이라면 상대적으로 쉽게 팬들의 지지과 동참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을 바꾸는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며 평론이 아니라 개혁이다. 심하게 망가진 조직을 바로 세우려면 뚜렷한 개혁의지, 강력한 추진력,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며 행동하는 혁신적인 리더가 필요하다.

후보 등록 기간은 오는 25일부터 사흘간이다. 선거는 내년 1월8일 열린다.

스포츠부 | 김세훈 shkim@kyunghyang.com

스포츠부 | 김세훈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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