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게 12·3 비상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가장 먼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배치한 이유는 “선관위 부정선거 의혹 관련 수사의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함”이었다고 5일 밝혔다. 일부 보수 유튜버 등이 제기하는 제22대 총선 부정선거 의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계엄군 진입과 함께 합동수사본부를 꾸리려 한 정황도 파악됐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선관위에 계엄군을 보낸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고 SBS가 보도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중앙선관위에서 보고받은 비상계엄 관련 현안보고 자료를 보면, 계엄군 10여명은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담화가 시작된지 6분만인 오후 10시30분 중앙선관위 과천 청사에 도착했다. 이들은 당직실에 들이닥쳐 당직자 5명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청사를 점거했다. 이어 계엄사령관 포고령 1호 발령 이후 중앙선관위 과천 청사(110여명), 경기 수원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130여명), 서울 관악 여론조사심의위원회(47명) 등 투입된 계엄군은 총 297명으로 국회 진입 계엄군(280여명)보다 많았다.
선관위에 투입된 계엄군 중에는 사복 차림의 방첩사 요원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사복 차림의 방첩사령부 인원들이 선관위에 진입한 것을 알고 있느냐”는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모른다”고 답했다.
방첩사를 중심으로 계엄 합동수사본부를 꾸리려던 정황도 파악됐다. 이를 통해 부정선거 의혹 수사에 착수하려던 것으로 보인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이날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여인형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중앙선관위에 대한 경찰력 배치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여 사령관은 군 정보수사기관인 방첩사의 수장으로 윤 대통령, 김 전 장관과 충암고 동문이다.
조 청장은 “(방첩사가) 경찰과 합동수사본부를 꾸릴 일이 있을 수 있으니 ‘수사관을 준비해달라’는 이야기를 들어 ‘오케이’ 했다”면서 “(또한, 방첩사가) 선관위 쪽으로 갈 예정이라고 해서 ‘알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후 1시간20여분 뒤에 계엄군이 국회에 투입된 것을 두고는 V(대통령) 지침이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계엄군이 국회로 진입한 것은 계엄 해제 표결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치’였다고 했다. 이는 국회 고유의 권한인 계엄 해제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자인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헌법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조승래 수석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부정선거 의혹 조사를 위해 선관위에 계엄군을 투입했다’는 김 전 장관 주장에 대해 “극우 유튜브에서나 볼 수 있는 황당한 세계관”이라며 “극우 음모론에 중독된 윤 대통령과 그 일당들이, 자신들의 판타지를 실현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하고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장관이 국회에 계엄군을 투입한 목적이 ‘계엄 해제 표결 저지’라고 밝힌 것을 두고는 “내란죄를 자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내란 수괴 윤 대통령을 수사하고, 내란죄를 자백한 김 전 장관을 즉시 체포하라”고 수사기관에 촉구했다.
계엄령이 괴담에서 현실이 되기까지 3분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