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이 한국의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글을 공개했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대만은 전세계 ‘최장기 계엄령’으로 고통을 겪은 국가이며, 민진당은 계엄 해제를 위해 앞장섰던 정치세력이다.
5일 연합보와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전날 민진당 입법위원(국회의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 국회가 친북세력에 의해 통제되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3일 긴급 담화를 통해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적었다.
이들은 그러면서 대만 입법원에서도 국민당과 민중당이 각종 국방예산을 삭감하고 위헌적으로 권력을 확장하며 국가안보 관련 제안을 저지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 야당은 중국 우호 성향 정당으로, 중국의 압박을 받는 대만 처지를 조명하기 위해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무리하게 끌어다 쓴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대만 야당에서는 여당이 계엄을 지지한다는 의심이 제기됐다. 온라인상에서는 “대만 역시 한국처럼 (계엄)해도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비꼬기식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민진당은 원문을 삭제했다.
대만에서는 1949년 장제스 국민당 정권이 발령한 계엄령이 1987년까지 이어졌다. 장제스·장징궈 총통이 집권한 이 시기 대만 정부는 반공 구호를 앞세우고 ‘불순분자’를 뿌리 뽑는다는 명분으로 반체제 인사를 숙청했다. 대만인들은 이 기간을 ‘계엄 시대’라고도 부른다. 민진당은 민주화운동 및 대만민족주의 세력이 주축이 돼 1986년 9월 창당했으며, 계엄 종식 후 합법화돼 몸집을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