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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내년 시작인데, 무기한 미룬 한국···“진짜 밸류업은 기후공시” [사장님의 기후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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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내년 시작인데, 무기한 미룬 한국···“진짜 밸류업은 기후공시” [사장님의 기후③]

입력 2024.12.06 08:00

수정 2024.12.0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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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나얀 금융서비스부 상임차관은 10월 30일 열린 2024 ASIFMA 컨퍼런스에서 “기후공시 의무화 로드맵을 시작한 건 홍콩을 ISSB 표준에 일치시키는 세계 최초의 관할권으로 만들겠다는 우리의 약속”이라고 말했다|사진출처. 홍콩특별행정구 공식 사이트

살리나얀 금융서비스부 상임차관은 10월 30일 열린 2024 ASIFMA 컨퍼런스에서 “기후공시 의무화 로드맵을 시작한 건 홍콩을 ISSB 표준에 일치시키는 세계 최초의 관할권으로 만들겠다는 우리의 약속”이라고 말했다|사진출처. 홍콩특별행정구 공식 사이트

한국과 달리 전세계는 탄소배출량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제도 개편에 발빠르게 움직이는 중이다. 아시아에선 홍콩이 내년부터 상장기업의 기후공시를 의무화한다. 싱가포르와 더불어 동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기후공시 의무화에 나선건 ‘금융 허브’ 타이틀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경향신문은 홍콩에서 지난 10월 열린 금융권 기후공시 관련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각국에서 온 전문가들은 한국이 기후공시를 서두르지 않으면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밸류 다운(저평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콩증권거래소는 지난 4월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기후 공시를 의무화하는 새로운 공시기준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2026년부터 스코프1·2 온실가스 배출량이 보고된다. 홍콩 항셍종합라지캡지수(HSLI)에 편입돼 있는 대기업은 스코프3 배출량도 2027년부터 보고해야 한다. 스코프3는 사업장에서 직접 사용한 화석연료(스코프1)나 전기(스코프2)뿐 아니라 외주 공장이나 배송·판매 과정에서 사용되는 가스와 전기 등 공급망을 모두 아우르는 배출 범위를 일컫는다.

홍콩은 내년 시작인데, 무기한 미룬 한국···“진짜 밸류업은 기후공시” [사장님의 기후③]

홍콩이 이처럼 기민하게 움직이는 건 환경 때문만은 아니다. 금융시장 패권을 염두에 둔 ‘밸류업’ 일환이기도 하다. 홍콩 증시는 2020년 시가총액 6조 달러 수준으로 전 세계에서 5번째, 동아시아에선 일본·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금융시장이다.

홍콩이 제도 도입에 서두른 건 유럽연합(EU)이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을 통해 2025년부터 순차적으로 EU 내 모든 기업의 기후관련 정보를 공시하도록 한 것과 무관치 않다. 국제적 적합성을 빨리 갖출수록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세계자원연구소(WRI)는 “기후 위험이 전례없이 가속화할 향후 20~30년간 투자자나 경영자의 의사결정에 (기후공시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크리스토퍼 후이 홍콩 재정경제부 장관은 10월30일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ASIFMA) 콘퍼런스에서 “이러한 (공시 의무화)움직임은 투명성과 지속가능성을 향한 우리의 의지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전세계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홍콩의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가브리엘 윌슨 오토 지속가능투자 담당 이사가 10월 말 홍콩에서 열린 시빅익스체인지 주최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가브리엘 윌슨 오토 지속가능투자 담당 이사가 10월 말 홍콩에서 열린 시빅익스체인지 주최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2025년 상장 대기업을 시작으로 도입 예정이었던 기후공시 의무화 조치를 2026년 이후로 무기한 연기했다. 스코프3를 둘러싼 재계 반대가 크게 작용했다. GDP에서의 제조업 비중이 28%에 달하는 한국은 중소기업이 많고 공급망 사슬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만큼 배출량 산출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스코프3는 금융 기업의 배출량을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다. 국제환경기구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집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 세계 은행의 금융배출량은 직접 배출량보다 700배 많다. 금융배출량이란 은행이 탄소배출 기업에 대출을 해줌으로써 간접적으로 발생시킨 온실가스 배출량을 말한다. 한국도 금융배출량 규모가 만만치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은 2023년 기준 1억5700만톤CO2eq(이산화탄소환산톤)으로, 전체 배출량 추정치의 22%에 달한다.

필리스 라이란모 홍콩시티대 교수도 같은 달 홍콩에서 열린 시빅익스체인지 주최 포럼에서 “금융배출량 정보에 대한 낮은 투명성은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는 것을 방해한다”며 “금융배출량을 공시하고 평가하는 건 전환금융 정책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과학적 기반”이라고 말했다. 홍콩도 혼란이 없는 건 아니다. 라이란모 교수는 “홍콩 역시 스코프3 산출과 관련해 중소기업의 준비가 완벽하지 않아 더 많은 기업이 훈련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의 가브리엘 윌슨 오토 지속가능투자 담당 이사도 “한국 등 중소기업이 많은 제조업 기반 국가들은 기후공시에서 추가 비용과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의무 공시는 세계적 추세”라며 “스코프3는 결국 다른 기업의 스코프 1·2가 되므로, 의무화를 통해 탄소감축의 낙수효과가 발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박 못할 프레임으로 산업계 이끌어야”

당국 내에선 기후대응에 대해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는 게 목표”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기후공시 의무화 조치를 서두르다 부작용을 미리 겪고 싶지 않다는 의미다. 의도적인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기후공시 의무화 로드맵 결정 시점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ESG 분석업체 상도금융(STGF)의 페이위엔 궈 대표는 “그린허싱(green hushing)”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린허싱은 친환경을 의미하는 그린과 ‘조용하게 만든다’는 허싱을 조합한 용어로, 기업들이 친환경 관련 정보를 축소 보고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한국도 정부가 제도 도입을 늦추며 그린허싱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규제 당국은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며 “중국은 ESG의 E를 ‘질적 성장’이라는 반박할 수 없는 프레임으로 삼아 산업계 협조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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