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에 동참할 뜻을 밝힌 후 다수 의원들은 한 대표의 얘기를 들어보고 결정하겠다며 입장을 보류했다. 친한동훈(친한)계로 분류된 의원들도 조경태 의원 등 일부를 제외하곤 선뜻 한 대표에 동조하기보다 신중 모드를 취했다. 친윤석열(친윤)계 중진 일부는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했다.
한 대표가 이날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정지가 필요하다”며 탄핵에 찬성할 뜻을 밝힌 후 국민의힘은 발칵 뒤집혔다. 비상의원총회에 모여드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정은 무거워 보였다. 최근 탄핵소추안 반대 당론을 정한 후 당대표가 이를 뒤집은 것이어서 당황한 기색도 역력했다.
친한과 친윤 계파를 가리지 않고 다수 의원들은 한 대표 얘기를 들어보고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용태 의원은 의총장에 들어가면서 “일단 당황스럽고, 윤 대통령도 그렇고 한 대표도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 여당 의원들한테 설명을 안하고 있다”며 “오늘 설명을 듣고 판단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동료 의원 4명과 함께 윤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을 주장했던 우재준 의원은 “한 대표가 저희와 상의하거나 알려주고 한 건 아니다. 좀 가서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은 “조금 더 상황과 우리가 진실을 파악해 봐야 할 때”라며 “이미 당론으로 탄핵 반대 입장은 정해져 있다”고 했다. 그 외에 본지가 의총장 앞에서 만난 의원들 다수가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답을 하지 않거나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친한계에서는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조경태 의원은 한 대표 발언 직후 “국민의 편에 서느냐 아니면 비상계엄을 내렸던 세력의 부역자가 되느냐의 선택”이라며 동조 의사를 표했다. 반면 친한계 한 초선 의원은 “난 이건 좀 아닌 것 같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김기현·윤상현 의원 등 중진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의총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 대표의 발언을 두고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가 아닌지 헷갈릴 지경”이라며 “대통령 탄핵이 어린아이 손바닥 뒤집듯 할 수 있는 가벼운 사안인가. 국민은 한 대표 자신의 무책임과 소신 없음을 포장하는 수단에 불과한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에도 우리 손으로 만든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탄핵한다면, 다음에 또다시 표를 달라고 국민에게 말조차 할 수 있겠나”라며 “상황이 불리해지면 재빨리 손절매해버리는 것이 한동훈식 정치라면 단호히 배격하겠다”고 했다. 윤 의원은 기자들에게 “현재 충분하게 조사가 안 된 상황에서 야당의 주장에 부화뇌동해선 안된다”며 “내일 당장 대통령을 탄핵해서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에 정권을 헌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