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만화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격주 금요일 오후 찾아옵니다.
저는 ‘초보 러너’입니다. 초가을 무렵 시작했으니 이제 꼭 3개월이 되었네요. 겨우 주 1회, 걷는 것보다 약간 빠른 속도로 30분 남짓 달릴 뿐이지만 자발적으로 뛴다는 것 자체가 제겐 기적입니다. 몸 쓰는 일엔 평생 재주가 없었는데 그중에서도 달리기를 제일 싫어했거든요. 학창 시절 체력장 오래달리기는 늘 전교 꼴찌였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웹툰 <헤어진 다음날, 달리기>의 주인공 ‘태수’도 과거의 저만큼이나 달리기를 질색하는 인물입니다. 스포츠웨어 전문 회사에 다니는데 운동과는 거리가 멀고 라면, 과자를 입에 달고 살죠. 당연히 과체중에 저질 체력입니다. 그런 태수에게 여자친구가 이별을 통보합니다. “솔직히 태수씨랑 다니면 재미없어. 그냥…지겨워.”
무료한 일상에 변화를 주기에 실연만 한 게 없죠. 태수는 이 기회에 달라져 보기로 합니다. 소꿉친구 ‘바람’처럼 달리기를 하면서요.
바람은 뛸 때 가장 행복한 러너입니다. 매일 15~20㎞ 뛰고, 마라톤 완주도 여러 번 했습니다. 평생의 꿈이 ‘데스밸리 울트라 마라톤’ 완주입니다. 기온이 54도까지 올라가는 극한의 환경에서 뛰어야 해 완주율이 절반밖에 안 되는 대회입니다.
태수는 무작정 뛰기 시작합니다. 평생 운동이라곤 해본 적 없는 사람이 처음부터 잘 뛸 순 없겠죠. ‘숨이 차서’, ‘옆구리가 아파서’…멈출 핑계도 많습니다. 하지만 달리기를 포기하지는 않습니다. 5분, 10분, 20분…점차 시간과 거리를 늘려갑니다.
<헤어진 다음날, 달리기>는 태수와 바람이 따로 그리고 함께 달리며 겪는 변화를 차분하게 그립니다. 가장 먼저 태수의 몸이 변합니다. 체중이 줄면서 움직임이 가벼워집니다. 뛰고 난 뒤 얻는 성취감과 자신감은 물론입니다. 태수는 온몸이 아프도록 달리고도 행복해하던 바람을 비로소 이해하게 됩니다.
바람에게도 변화가 찾아옵니다. 바람은 남에게 전혀 관심 없이 늘 자기 페이스대로만 달리던 사람입니다. 태수를 제외하면 친구도 없었죠. 하지만 태수와 달리면서부터 바람은 타인과 속도를 맞추는 법을 알아갑니다.
러닝에 매료된 태수는 이제 바람처럼 울트라 마라톤을 꿈꿉니다. 같은 꿈을 품게 된 두 사람 사이엔 전에 없던 묘한 감정이 자라납니다.
<헤어진 다음날, 달리기>는 ‘달리기 권장 만화’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웹툰을 보고 나면 당장이라도 달리고 싶어지기 때문입니다. 바람과 태수를 비롯한 러너들은 타인과 경쟁하지 않고 자기 자신과 싸웁니다. 그 모습이 참 멋져요. 날씨를 핑계로 한동안 뛰지 않은 몸이 근질근질해지는 기분입니다. 다른 독자들도 비슷한가 봅니다. “만화를 보고 러닝화를 샀다”는 댓글이 많습니다.
<샌프란시스코 화랑관>, <율리> 등을 그린 돌배 작가의 작품입니다. 러너라면 공감할 만한 장면과 대사가 많다 싶었는데, 실제 작가의 취미가 달리기라고 합니다. 마라톤 완주도 이미 여러 차례 했다고 해요. 웹툰이 깨알 러닝 상식이나 러닝 방식을 둘러싼 각종 논란과 트렌드 등 실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도 작가의 관심 덕분인 듯합니다.
2017~2018년 플랫폼 저스툰코미코에서 연재된 작품입니다. 지금의 러닝 열풍이 시작되기 전이어서인지 극 중 러닝이 ‘중년층의 스포츠’로 그려지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현재는 네이버 웹툰에서 볼 수 있습니다. 총 61개 회차로 1~6화를 제외하면 모두 유료 결제가 필요합니다. 단행본으로도 출간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