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의 후폭풍이 커지자 사법부가 “국가적 혼란이 우려된다” “헌법 규정에 반한다” 등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법부가 흔들림 없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조 대법원장은 6일 오후 열린 정례 전국법원장 회의에서 “최근 계엄 선포 관련 사태로 말미암아 국가적 혼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사법부는 중심을 잡고 추호의 흔들림 없이 오직 헌법과 법률에 의한 재판을 통한 실질적인 법치주의 확립과 국민의 기본권 수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야 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계엄이 해제된 직후인 지난 4일 오전에도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사명에 따라 본연의 자세로 추호의 흔들림 없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헌법 규정에 반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천 처장은 ‘법원행정처도 비상계엄 선포를 직시했는지’를 묻는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지난 4일 새벽 대법원 긴급 간부회의 내용을 언급하면서 “(윤 대통령이) 계엄사유로 밝힌 판사 겁박으로 사법시스템 마비가 맞는지, 입법독재로 사법시스템 마비인지 그것 때문에 사법부 권능과 정상적인 작동을 정지·제한하는 비상조치를 받아들여야 할 상황인지 상당한 의문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천 처장은 “경찰력이 아닌 군 병력으로만 해소가 가능한 비상사태인지 그리고 국회 기능까지 제안한 것이 헌법 규정에 좀 반하는 것이 아닌지 이런 부분들에 대해 상당한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들이 많아서 논의를 하던 중이었다”고 말했다.
대법원 간부회의는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되고, 윤 대통령이 해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선포 이후 6시간 만에 마무리 됐다. 계엄사령부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대법원에 사무관 한 명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방첩사령부와 협조해 정치인들과 함께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권순일 전 대법관 등 법관 출신 인사들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윤 대통령에 이런 권한이 있느냐’는 질의에 천 처장은 “제가 알기로는 그런 권한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만약 사실이라면 매우 부적절한 조치인 것 같다. 저도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그간 역대 정권이 포고한 계엄령에 대해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그 자체로 위헌이고 위법”이라고 판결해왔다. 헌법 77조1항은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계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