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마크롱, 퇴진 요구 거부 “극우와 극좌가 무질서 택했다”

최혜린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하원에서 내각 불신임안이 가결된 다음날인 5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하원에서 내각 불신임안이 가결된 다음날인 5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프랑스 내각이 출범 3개월 만에 붕괴하면서 퇴진 압박을 받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임기를 끝까지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미셸 바르니에 총리는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모든 의회 구성원에게 양보했는데도 불신임을 받았다”며 “극우와 극좌가 합세해 프랑스 정부를 무너뜨렸고, 무질서를 선택했다”고 비난했다.

이날 연설은 마크롱 대통령이 바르니에 총리와 각료 전원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한 뒤에 열렸다. 전날 프랑스 하원은 2025년 예산안 처리를 두고 갈등을 벌인 끝에 내각 불신임안을 가결했다. 중도우파 성향의 범여권을 제외한 좌파연합 신인민전선(NFP)과 극우 국민연합(RN)이 정반대 정치 성향에도 불구하고 손을 맞잡으면서다. 이로써 지난 9월 취임한 바르니에 총리는 석 달 만에 물러났고, 프랑스 5공화국(1958~) 역사상 의회 불신임으로 사퇴한 두 번째 총리가 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야권의 퇴진 요구에 선을 그었다. 야당은 마크롱 대통령 역시 내각 불신임에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내각 해산을 두고 나를 비난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프랑스 국민이 나에게 민주적으로 위임해준 임기는 5년이며, 이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른 사람의 무책임으로 인해 생긴 일을 떠안지 않겠다”며 정치적 혼란의 책임을 야당에 돌렸다. 특히 ‘내각 해산은 안 된다’는 당초 입장을 바꿔 불신임에 동참한 RN을 향해서는 “유권자들을 모욕한 것”이라며 맹비난했다. NFP는 처음부터 불신임을 예고했지만, 가결 정족수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바르니에 총리와 수 차례 예산 협상을 하며 좌파 진영과 거리를 두던 RN이 동참하면서 불신임안이 가결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며칠 내로 차기 총리를 지명해 혼란을 수습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달 중 대통령 권한으로 예산 관련 특별법을 의회에 제출해 공공 행정 운영에 차질이 생기는 일을 막겠다고 했다. 이마저 의회에서 부결된다면 내년 1월 정부 기능이 마비되는 ‘셧다운’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외신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최악의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국가 재정 적자가 심각해졌고, 지난해에는 이를 해결하겠다며 연금개혁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다 큰 반발을 샀다. 지난 6월에는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까지 치렀지만 야권 의석만 크게 늘어 마크롱 대통령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 약 64%가 내각 붕괴에 따라 마크롱 대통령도 하야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나마 ‘성과’로 꼽히는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도 상황을 반전시키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화재로 심하게 훼손된 탓에 복원까지 수십 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최근 복원이 마무리돼 오는 7일 재개관식을 한다. “5년 내 복원”을 선언한 마크롱 대통령이 사실상 불가능한 약속을 이뤄낸 셈이지만 “성공을 만끽할 틈도 없이 더 큰 정치적 위기에 빠졌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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