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마음이 불편해 하고 계실 우리 학교의 영양사·급식 조리사 선생님들에게 평소에 하지 못했던 ‘우리 학교 급식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같이 건네보면 어떨까요.”
인천 원당고 학생회는 6일 학교 급식실에서 작은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의 이름은 ‘우리 한 번, 같이 써볼까요!’였다. B4 크기 노란 용지 3장에 학생들이 포스트잇을 붙였다. 노랑·주황·파랑 포스트잇에는 이날 하루 파업 중인 학교 조리실무사 아홉 분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담겼다.
포스트잇에는 ‘전교생 800명도 넘어서 보통 고된 일들이 아니실 텐데 해주시는 것에 감사합니다’, ‘뜨거운 여름에도 차가운 겨울에도 사계절 내내 따뜻하고 맛있는 급식 만들어 주셔서 항상 감사드린다’, ‘원당고 급식, 백종원 저리가라!!’, ‘맛있는 급식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학교의 유일한 낙입니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학생들이 작성한 포스트잇을 본 인천 원당고 영양교사 A씨는 “너무 감동이라 살짝 눈물이 날 뻔 했다”고 동료교사들에게 전했다.
이날 하루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학비노조)는 파업에 들어갔다. 학교 급식을 담당하는 조리실무사들의 상당수는 학비노조 조합원이다. 교육부가 공개한 현황을 보면 이날 급식 운영 학교 10곳 중 3곳(30.7%)은 대체식을 학생들에게 제공했다. 급식을 운영하지 않은 학교 3910개교 중 3568개교는 빵과 우유 등이 대체식으로 나왔다.
이들은 고된 노동에도 최저임금에 가까운 급여의 인상과 조리흄으로 인해 폐암 발병률이 높은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더딘 조리실 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올해 기준 최저임금 월 환산액은 206만740원인데 조리실무사 등 2유형에 속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올해 기본급은 월 198만6000원에 불과하다. 근속수당 등 공통기준수당 외에 직종 관련 수당이 있지만 이마저도 모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가 받지는 못한다. 최근에는 정부의 대규모 감세에 따라 세수가 부족해지자 시도 교육청은 급식실 개선 사업 예산을 평균 30% 가량 깎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인천 원당고의 전교생은 1012명. 조리실무사 9명과 영양교사 1명이 급식을 담당한다. 인천 원당고에서도 이날 샌드위치와 삼각김밥, 음료수가 대체 급식으로 제공됐다. 행사를 기획한 인천 원당고 학생회장 조재영군(17)은 “어떻게 보면 오늘 하루는 저희에게 특별한 날”이라며 “그동안 학생들의 식사를 책임져 주신 점에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고,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조리실무사분들의 고충을 되새기고 싶었다”고 했다.
학생들은 급식 조리실무사들의 업무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 조 군은 “저희는 점심 시간 1시간 정도만 뵙지만 그때에도 허리를 굽히고, 그릇 닦는 동작이 많은 것을 보곤 했다”며 “반복되는 동작이 많았던 데다 잔반통을 수시로 비워주시는데 그때마다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