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윤석열 대통령 직무정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친한동훈(친한)계의 탄핵 찬성 가능성이 제기되자 친윤석열(친윤)계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친윤계는 탄핵 대신 임기단축 개헌과 책임총리제, 비상 관리 내각 등 다른 대안을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당세가 급격히 위축된 전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탄핵 트라우마’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2차 계엄 등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우려에 확산되는 탄핵 여론을 외면하고 당의 정치적 이해관계만을 좇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대표가 탄핵소추안 표결 예정일을 하루 앞둔 이날 국회에서 비상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정지가 필요하다고 밝히자 친윤계는 비상이 걸렸다. 친윤계 김재원 최고위원은 한 대표가 발언을 마치자마자 “사실관계 확인이 되면 그 다음 단계에서 대응을 말씀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47년 지기이자 현 정부에서 첫 통일부 장관을 지낸 권영세 의원은 탄핵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SNS에서 “한밤 중 비상계엄은 잘못된 결정이었다”면서도 “사실관계가 확인되지도 않은 주장들을 근거로 탄핵에 찬성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일각의 민심으로부터 받게 될 비판과 책임을 피하기 위해 탄핵에 가담한다면 보수진영 전체의 존립이 크게 흔들리게 될 것”이라며 “7년 전과 같이 준비되지 않은 정권이 또 세워지면 국정이 더 혼란해질 것은 자명하다”고 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SNS에서 “탄핵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대통령을 헌납한다는 당파적인 이유로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며 “또 한번의 탄핵은 회복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분열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야당이 탄핵을 저렇게 서두르는 배경에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고 윤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는 야당을 겨냥했다.
외곽에서도 탄핵 저지를 지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용병 두 사람(윤 대통령과 한 대표) 반목이 나라를 뒤흔든다”며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인) 8년 전 유승민 역할을 지금 한동훈이 똑같이 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는 “또다시 탄핵을 당하면 이 당은 더 이상 존속할 가치도 없고 소멸될 것”이라며 “대통령은 임기단축 개헌을 선언하라. 머뭇거리면 ‘박근혜 시즌 2’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입장을 내고 “탄핵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반대했다. 그는 “대통령은 무책임한 침묵을 깨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와 수습책을 밝히기 바란다”며 “책임 있는 집권 여당으로서 지금 해야 할 일은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국정을 수습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국정 안정을 위해 책임총리제로 전환하고 비상 관리 내각을 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도 긴급 회의를 연 뒤 “대통령 탄핵만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극단적 대립을 자제하고 국정을 수습하면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은 책임총리가 이끄는 비상 거국 내각을 구성하고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 임기단축 개헌 등 향후 정치 일정을 분명히 밝혀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