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정지가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탄핵소추 정국이 급변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친한동훈(친한)계 의원들이 탄핵 찬성 대열에 동참한다면 오는 7일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20년 지기’인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탄핵소추 결과에 따라 정치적 운명이 엇갈리게 됐다.
한 대표는 이날 예정에 없던 긴급최고회의를 열고 “새로이 드러나고 있는 사실 등을 감안할 때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정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탄핵에 찬성하자는 의미라고 친한계 인사들은 설명했다. 전날 “탄핵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던 한 대표가 하루 만에 입장을 바뀐 셈이다. 그는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할 경우에는 이번 비상계엄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이 재연될 우려가 크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급하게 한 대표와 만나 마음을 돌리려 했지만 설득에 실패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도 대국민 사과나 임기단축 개헌 등 자구책 없이 버티기로 일관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을 만나고 국회로 돌아와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판단을 뒤집을만한 말은 못들었다”며 “이제는 책임있는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와 친한계 의원들이 야권의 탄핵연대에 동참하게 되면 윤 대통령 탄핵 가능성은 커진다.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범야권 192명에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20여명 중 8명 이상이 찬성하면 되기 때문이다.
‘정권의 황태자’로 불리던 한 대표가 실제 표결에서 여당의 ‘탄핵 트라우마’와 ‘배신자 프레임’에도 불구하고 차기 주자로서 정치적 승부수를 던질지에 따라 정국의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윤 대통령은 정치적 파국을 맞고, 부결되면 한 대표가 정치력 부재로 존재감을 잃는 상황에 처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한 대표 발언으로 크게 흔들렸다. 이날 오전부터 저녁까지 의원총회를 하면서 탄핵안에 대해 논의했다. 발언한 의원들 다수가 ‘탄핵은 안된다’고 한 대표 입장에 반대하면서 ‘탄핵 반대’ 당론은 유지됐다. 김기현·권영세 의원 등 친윤계 중진과 홍준표·오세훈 서울시장 등 시·도 지사들이 탄핵 반대 입장을 냈다.
추경호 원내대표와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밤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해 대통령실 측에 의원총회에서 나온 의견을 전달하고 대안 마련을 요구했다. 만약 윤 대통령이 당의 제안을 받아들여 질서있는 퇴진 등을 발표한다면 당내 기류가 일단 탄핵을 반대하는 방향으로 기울 수도 있다. 한 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청취한 여러 의견을 감안해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예고된 7일 탄핵 찬성을 강하게 주장하지 않는다면 친한계 의원들 표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에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자 여야 대표 회담을 제안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본회의 표결을 이날로 당기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은 오는 7일 오후 7시로 예정돼 있다.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후 국회로 돌아온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도 함께 이뤄진다. 민주당은 표결이 오래 걸릴 것을 감안해 표결 시간을 오후 5시로 2시간 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