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스웨덴서 첫 기자회견 “2024년 계엄, 큰 충격”

스톡홀름 | 박송이 기자

‘노벨 문학상’ 한강 “군인에 맞선 분들 용기 느껴져”

“누가 정상이고 비정상인가…‘채식주의자’는 질문 던지는 책”

한강, 스웨덴서 첫 기자회견 “2024년 계엄, 큰 충격”

“그날 밤 맨몸으로 장갑차 앞에서 멈추려고 애를 쓰셨던 분들을 보았고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들을 껴안으면서 제지하려고 하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또 총을 들고 다가오는 군인들 앞에서 버텨보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았는데요. 그분들의 진심과 용기가 느껴졌던 순간이었습니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사진)는 6일 오후 1시(현지시간) 스톡홀름 스웨덴 아카데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한국의 ‘비상계엄’ 상황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지난 10월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지목된 이후 열린 첫 기자회견에 한국 언론은 물론 스웨덴 현지 언론, 해외 언론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광주민주항쟁을 다룬 한 작가의 작품 <소년이 온다>에 견주어 지난 3일 밤 벌어진 한국의 ‘비상계엄’ 상황에 대해 한 작가의 의견을 묻는 내·외신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한 작가는 “<소년이 온다>를 쓰기 위해 1979년 말부터 진행됐던 계엄 상황에 대해 공부를 했었다.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다만 2024년 겨울과 그때의 상황이 다른 점은 모든 상황이 생중계가 되어서 모든 사람들이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경찰과 군인들의 태도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그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뭔가 판단을 하려고 하고 충돌을 느끼면서 최대한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런 명령을 내린 입장에서는 소극적인 것이었겠지만 보편적 가치의 관점에서 보면 생각하고 판단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던 적극적인 행위였다고 생각된다”면서 “바라건대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그런 방식으로 통제를 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혼돈의 시대 문학의 역할에 대해서는 “문학이란 것은 자신의 내면을 깊게 파고들어가는 그런 행위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런 행위들을 반복하면서 어떤 대척의 힘이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갑작스러운 상황이 왔을 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최선을 다해서 어떤 결정을 하기 위해서 애쓸 수 있는 어떤 힘이 생긴다고 생각이 된다. 그래서 문학은 언제나 우리에게 어떤 여분의 것이 아니고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해도서’라는 낙인 가슴 아파
객체로만 말하는 주인공 영혜
이 구조 자체가 책 주제 드러내
정말로 ‘미친’ 것은 영혜였을까

<b>스톡홀름, 기자들 앞에서</b>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스웨덴 아카데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언론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스톡홀름 | 연합뉴스

스톡홀름, 기자들 앞에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스웨덴 아카데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언론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스톡홀름 | 연합뉴스

일부 학부모들이 <채식주의자>를 금서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채식주의자>를 고통스럽게 공감하면서 읽어주시는 분도 많지만 오해도 많이 받고 있다”며 “이 책의 운명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책을 유해도서라는 낙인을 찍고 도서관에서 폐기하는 것은 책을 쓴 사람으로 가슴 아픈 건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한 작가는 <채식주의자>로 스페인에서 고등학생들이 주는 상을 받은 기억을 언급하며 “당시 시상식을 하고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는 자리에 초대받아 갔는데, 굉장히 깊이 있게 소설을 분석하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중고등학생들을 생각해 봤을 때 그렇게 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채식주의자>가 받는 오해에 대해 해명하고 싶다고 말하며, “<채식주의자>는 질문으로 가득 찬 소설이며, 제목 자체도 굉장히 아이러니하다”고 설명했다. “주인공은 단 한 번도 자신을 ‘채식주의자’라고 명명한 적이 없고 악몽의 독백 정도가 나올 뿐 주인공이 말하는 부분은 없습니다. 오해받고 혐오받고 욕망되고 동정받는 등 완벽한 객체로 다뤄집니다. 이 구조 자체가 이 책의 주제를 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누가 정상이고 비정상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소설은 세 파트로 나눠져 있는데 세 파트 모두 가족들이 주인공 영혜에게 억지로 고기를 먹이는 장면이 나온다. 한 작가는 “가족들이 영혜에게 억지로 고기를 먹이는 장면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세 파트에 모두 다 반복해서 썼다. 무엇이 정상이고 광기인가를 질문을 하고 싶었다”며 “영혜는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서, 인류의 일원이 되지 않기 위해서 죽음을 무릅쓰고 앞으로 전진한다.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영혜가 아닌 이 세계의 폭력이 미쳐 있을 수도 있다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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