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소운동이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달리기나 걷기, 자전거 타기지만 최근에는 짧은 시간에 일상에서도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계단 오르기도 ‘도시형 유산소운동’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실제 병원이나 관공서 등의 계단에 소모 칼로리가 표시된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계단 오르기 강도는 달리기와 유사하다. 40~50층을 쉬지 않고 오르면 20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1시간 남짓 걸은 것과 비슷한 열량을 소모하고 체력 강화 효과도 월등하다. 일정한 템포로 계속 근육을 써야 하니 등산에 비해서도 몸이 받는 부담이 훨씬 크다. 계단은 주변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어 고층아파트에 살거나 고층빌딩에서 근무한다면 집이나 직장에서 운동할 수도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운동 자체는 숨이 넘어가게 고통스럽지만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효과 덕분에 인기가 좋다.
최근에 계단 오르기는 ‘스테어 클라이밍’이라는 스포츠로 불리며 따로 대회까지 열린다. 국내에서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매년 봄 ‘스카이런’이라는 123층, 총 2917단의 계단 오르기 대회를 여는데, 2024년에는 참가자가 2000명을 넘길 만큼 인기를 끌었다. 지금까지 기록을 보면 일반인은 40분~1시간 정도가 소요되고, 수상자 기록은 20분 남짓이다.
하지만 계단 오르기가 모두에게 접근성이 좋은 운동은 아니다. 무릎이나 허리가 아프면 하기 부담스럽고, 지친 다리로 ‘털퍽털퍽’ 디디며 내려오면 올라갈 때보다 부담은 더 커진다. 게다가 상당수 건물의 계단은 방화계단으로 밀폐되어 공기가 나쁘고, 인적이 드문, 외지고 범죄에 취약한 공간일 때도 많다. 이런 계단이라면 운동은 엄두도 못 내니 집 옆 계단도 무용지물이다.
또 하나의 단점은 수십 층을 연속으로 오를 만한 장소를 찾기 어렵고, 나누어서 하려니 오른 만큼 내려와야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계단 내려가기는 다리가 충분히 단련되지 않고는 관절에 충격을 주며 내려가기 십상이다. 내려가기는 ‘신장성 수축’이라 해서 운동 후 근육통을 많이 불러오는 동작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상당수 전문가들은 ‘올라갈 땐 계단으로, 내려갈 땐 엘리베이터’를 권한다.
계단 오르기를 운동으로 활용하기 위해 상당수 헬스장에는 스테어밀, 클라임밀이라는 계단 오르기 장비를 비치하기도 한다. 무한히 내려오는 계단을 계속 디디지 않으면 점점 뒤로 밀려나는 무시무시한 기구다. 현장에서는 흔히 ‘천국의 계단’으로 부르는데, 사용자를 숨 넘어가게 만드는 악마의 운동기구치고는 이름이 참 얄궂다.
그렇다면 일반인이 계단 오르기를 어떻게 운동으로 활용할까? 일단 자세가 중요하다.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고 앞을 디디는 다리에 힘을 줄수록 무릎에 부담이 집중된다. 그보다는 몸을 세우고 뒤쪽 다리로 밀며 올라가면 허벅지 뒤쪽과 엉덩이로 힘이 분산되고, 무릎은 그만큼 부담이 줄어든다.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면 발바닥 전체나 뒤꿈치로 쿵쿵 디디지 말고 발끝부터 디디며 발목에서 충격을 1차 흡수하고, 무릎을 살짝 굽혀 추가로 충격을 줄여주어야 한다.
손잡이를 잡지 않는 게 운동 효과는 좋지만 체력이 떨어지거나 비만하다면 잡는 편이 낫다. 손잡이를 잡아도 걷기보다는 여전히 강도 높은 운동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무리하기보다는 한 번에 5층 정도로 시작해 연속으로 올라가는 층수를 조금씩 높이자. 급하게 오르기보다는 느려도 쉬지 않고 올라가는 게 좋다. 건강한 일반인이라면 하루 20분, 층수로는 총 50층을 쉬지 않고 올라가기를 목표로 삼아보자. 이 정도를 소화할 수 있다면 일반인 레벨에서는 충분히 강한 체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수피|운동 칼럼니스트 <헬스의 정석> 시리즈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