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 번,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결말을 보는 즐거움

김한솔 기자

넷플릭스 <그해 크리스마스에는>

<그해 크리스마스에는> 의 산타. 넷플릭스 제공

<그해 크리스마스에는> 의 산타. 넷플릭스 제공

[오마주]1년에 한 번,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결말을 보는 즐거움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12월이 되면 꼭 하는 일이 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크리스마스를 겨냥해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크리스마스 영화, 애니메이션들을 체크해뒀다가 하나씩 봅니다. 제가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방식입니다.

이때 나오는 작품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일단 주인공 중 한 명은 성격이 나쁩니다. 남들을 무시하고 자기만 압니다. 그러다 갑자기 어디론가 떠나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대체로 작고 아담한 시골마을로요. 주인공은 거기서 만난 누군가와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사랑에 빠진 뒤 이전보다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됩니다. ‘크리스마스 매직’이죠.

당연히 이런 영화를 볼 땐 큰 기대감이 없습니다. 서사는 단순하고, 대사는 유치하고, 결말은 똑같으니까요. 그럼 왜 보냐고요.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장식, 넉넉한 크리스마스 음식은 언제 봐도 기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결말도 솔직히 별로 싫지 않습니다. 세상에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지만, 넷플릭스 크리스마스 영화의 결말만큼은 확신할 수 있습니다.

오늘 오마주에서 추천할 작품, <그해 크리스마스에는> 역시 큰 기대 없이 체크해 둔 여러 작품들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좀 달랐어요. 애니메이션인데 묘하게 영화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서사가 탄탄했습니다.

<그해 크리스마스에는> 스틸 컷. 넷플릭스 제공.

<그해 크리스마스에는> 스틸 컷. 넷플릭스 제공.

<그해 크리스마스에는>에는 조용한 소년 대니, 성격이 정반대인 쌍둥이 자매 샘과 찰리, 리더십있는 버나뎃이 등장합니다. 이혼한 엄마와 둘이 사는 대니는 거의 혼자입니다. 성격이 소심해 친구도 없고, 자기처럼 부끄러움이 많은 샘을 좋아하지만 말을 걸어볼 엄두도 못냅니다. 찰리는 샘과 달리 사고뭉치입니다. 늘 크고작은 말썽을 피우고 다니는데, 샘은 그런 찰리가 늘 걱정입니다. 말썽을 피우면 산타에게 선물을 못 받으니까요. 버나뎃은 어른들이 멀리서 하는 결혼식에 간 사이 여러 명의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임무를 맡습니다.

영화는 선물 배달 중 위기에 처한 산타가 크리스마스 이틀 전을 회상하는 플래시백으로 시작합니다. 크리스마스 이틀 전, 하루 전, 그리고 당일에 이르는 동안 등장인물들은 여러 위기 상황을 겪습니다. 외로운 대니는 아빠가 자기를 보러와 주길 매일 간절히 바라지만 아빠는 오지 않습니다. 엄마는 매일 아침 일찍 일을 나갔다가 늦게 들어오는데, 둘이서 재밌게 보내기로 한 크리스마스 날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샘은 찰리 때문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못 받을까봐 전전긍긍하지만, 찰리는 무슨 생각인지 계속 자기 멋대로인 것 같습니다. 버나뎃은 동생들을 돌보다 가장 어린 동생이 사라진 걸 눈치채지 못합니다.

<그해 크리스마스에는> 스틸 컷. 넷플릭스 제공

<그해 크리스마스에는> 스틸 컷. 넷플릭스 제공

제가 이 애니메이션에서 좋았던 점은 산타가 일거에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산타는 사실 시작할 때와 끝날 때를 제외하곤 거의 등장하지도 않습니다. 산타는 아이들이 처한 상황을 바로 해결해주는 대신 선물을 통해 문제 해결의 ‘힌트’를 줍니다. 선물을 받고 나름의 방식대로 용기를 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이들입니다. 힘든 상황에 처했던 모두가 거짓말처럼 행복해진다기보다, 현실이 어떻든 그래도 오늘은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는 메시지도 좋았습니다.

학교 연극에서 관객석의 스마트폰이 일제히 올라가는 장면, 서양의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요리인 ‘칠면조 구이’에 희생되는 칠면조들에 대한 이야기 등 시대의 변화를 실감하게 만드는 장면들도 재밌습니다.

원작이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노팅힐> <러브 액츄얼리> 등을 집필한 리처드 커티스의 3부작 동화입니다. 그는 이 애니메이션의 각본가 겸 총괄 프로듀서이기도 합니다.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의 애니메이터 지몬 오토의 연출 데뷔작, <모아나> <겨울왕국>의 프로듀서 니콜 P.히런도 참여했습니다.

‘역시’ 지수 ★★★★★ 연말 영화는 역시 리처드 커티스

또다시 ‘역시’ 지수 ★★★★★ OST가 좋아서 찾아봤더니 에드 시런 (Under the 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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