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한동훈·국민의힘, ‘윤석열 탄핵’이 공멸을 면하는 길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한동훈·국민의힘, ‘윤석열 탄핵’이 공멸을 면하는 길

입력 2024.12.07 09:00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추경호 원내대표.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추경호 원내대표. 연합뉴스

12월 3일 밤 10시30분쯤.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카카오톡이 울렸다. “비상계엄 선포?” 미국에 있는 가족이 보낸 메시지였다. 짜증이 났다. 장난칠 게 따로 있지 싶었다. 뉴스전문채널로 돌렸다. 실제 상황이었다. 여행용 보스턴백을 꺼냈다. 옷가지와 보조배터리 등을 담았다. 패딩을 입고 회사로 달렸다.

보스턴백을 여는 일은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조롱하는 밈(meme)이 넘쳐났다. 시민을 총으로 위협한 지도자를 끌어내리는 일은 당연하고, 쉬워 보였다.

순진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 6당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하자 여당이 본색을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4일 심야 의원총회에서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비상계엄이 선포되자마자 “위헌”이라 선언했던 한동훈 대표도 오락가락했다. “당대표로서 이번 탄핵은 국민과 지지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5일 최고위원회의).

6일 오전 다시 말이 바뀌었다. 한 대표는 예정에 없던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정지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계엄 선포 당일 윤 대통령이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주요 정치인 체포를 지시했으며, 방첩사령관이 체포된 정치인들을 과천의 수감 장소에 수감하려 했다는 정보를 판단 근거로 들었다.

실제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은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후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고 직접 지시했으며, 방첩사령관이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줬다고 폭로했다. 명단에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한 대표,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 행사에서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 행사에서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헌법 제65조1항은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 등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 국회는 탄핵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69조는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로 시작하는 대통령 취임선서 내용을 담고 있다. 77조는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지난 3일 밤 대한민국은 평화로웠다. 전시·사변 또는 국가비상사태는 없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경찰력으로 국회를 봉쇄하고, 특전사 최정예 병력을 헬기로 동원해 국회를 침탈하려 했다. 윤 대통령이 선포한 것은 합헌적 비상계엄이 아니라 위헌적 ‘친위 쿠데타’였다. 그는 헌법 77조를 어겼고, ‘헌법 준수’를 규정한 69조를 위반했으며, 65조 1항에 따라 탄핵 소추 대상이 된다.

한 대표가 비상계엄을 ‘위헌·위법’하다면서도 탄핵에 반대했던 것은 유감스럽다. 지지자와 국민을 핑계 댔지만 속내를 짐작하긴 어렵지 않다.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게 두려웠을 터다. 몇 달만 버티면 이재명 대표가 위증교사 사건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을 거라 기대해왔을 테니.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대선후보가 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컸을 거다.

갈팡질팡하던 그가 뒤늦게나마 현실을 직시하고 탄핵 찬성으로 돌아선 건 다행이다. 책임있는 지도자로서 마땅한 자세이고, 정치적 욕망을 가진 개인으로서 합리적 선택이다. 시민에 총부리를 들이댄 독재자 편에 서는 정치인, 주권자 의지에 맞서는 정치인에게는 미래가 없다.

지난 5일 공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탄핵 찬성은 73.6%, 반대는 24%였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 대표 본인은 원외 신분이지만, 국민의힘 대표이자 잠재적 대선주자로서 마지막 순간까지 정치력을 발휘해 가결을 이끌어내야 한다.

6일 국회 잔디광장에 대형 버스 등 차량들이 배치되고 있다. 2차 계엄 우려에 따라, 군 헬기 착륙 등을 미리 막기 위한 조치다. 연합뉴스

6일 국회 잔디광장에 대형 버스 등 차량들이 배치되고 있다. 2차 계엄 우려에 따라, 군 헬기 착륙 등을 미리 막기 위한 조치다. 연합뉴스

아직도 윤 대통령을 비호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도 경고한다. “대통령이 고독할 때 지도부는 뭐했나. 우리가 말벗이라도 해줘야 한다”고 했다는데, 정신차리기 바란다. 당신들이 독재자의 고독을 염려할 때, 시민들은 실존적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다.

친위 쿠데타 이후 주가는 폭락하고 환율은 급등세다. 미국 정부는 “형편없는 오판”이라는 ‘비외교적’ 언사를 써가며 비판했다. 미 국방장관은 아예 방한을 취소했다.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을 배출하고 BTS·로제를 보유한 ‘K컬처 강국’이 여행위험국으로 전락할 판이다.

4일 밤 국민의힘 의총에서 “탄핵하면 이재명이 대통령 되고, 그러면 대한민국이 망한다”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탄핵한다고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국민의힘이 탄핵을 가로막아 윤 대통령이 용산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대한민국이 망할 가능성은 커진다.

물론 국민의힘도 ‘내란사범 윤석열’과 나란히 공멸할 것이다. 무장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섰던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모독하는 정당을 용납할 리 없다. 지금이라도 내란사범과 결별하고 탄핵에 찬성해야 살아남을 길이 열린다.

오늘(7일) 국회가 윤석열 탄핵안을 표결한다. 한국 현대사에 기록될, 중대한 하루가 될 것이다. 국정원 1차장, 특수전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 등의 증언으로 반헌법적 친위 쿠데타의 얼개는 이미 드러났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하거나 부(否)표를 던진다면, 내란죄 공범을 자청하는 일이 될 것이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당론 따위에 묶여 헌법기관의 사명을 외면해선 안 된다. 탄핵안 표결에 참여하라. 가(可)표를 던져라. 주권자의 준엄한 명령에 복종하라. 당신들의 손으로 ‘내란’에 마침표를 찍어라.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아니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구독 취소하기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보기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