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원 민주당 의원에게 문자 메시지로 설명
조 원장 ‘정치인 체포 지시 없었다’ 주장 반박
국정원, 원장 보고 주장 “전혀 사실 아니다”
비상계엄 발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에 임무를 지시한 것과 관련해 국정원 수뇌부 간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7일 조태용 국정원장이 교묘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전 차장은 이날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당시 조 원장에게) 대통령 전화를 받아서 방첩사령부에 협조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이재명 한동훈 잡으러 다닌다고 보고했다”며 “(조 원장이) 얼굴까지 돌리면서 ‘내일 이야기 합시다’가 (내렸던) 유일한 지침이었다”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조 원장을 ‘뺀질이’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다’라며 작심 비판했다. 홍 전 차장은 “똑똑한 놈들은 의리가 없다. 평소 그렇게 인품이 고상해 보이던 원장도 (그렇더라)”면서 “(조 원장이) 그렇게 오래 꿀 빠는 게 다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고 꼬집었다.
홍 전 차장은 이어 “결국은 네가 알아서 하고 책임져라(는 것)”이라며 “원장의 이런 뺀질이 성격을 뻔히 아니 대통령이 내게 직접 연락했겠죠”라고 주장했다. 앞서 홍 전 1차장은 윤 대통령이 전화로 군에 협조할 것을 지시했고,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정치인 체포 명단을 불러줬다고 밝힌 바 있다.
조 원장은 전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번 비상계엄과 관련해 대통령이 국정원장에게 정치인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전혀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여 사령관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하면서 정치인 체포 명단에 대해 “그 부분은 수사 대상이라 말할 수 없다”고 답을 피했다.
홍 전 차장의 경질 경위에 대해서도 양측의 주장은 엇갈리고 있다. 조 원장은 대통령에게 본인이 경질을 건의했다고 주장했고, 홍 전 차장은 대통령의 지시가 하달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홍 전 차장은 이날 메시지를 통해 지난 5일 오후 4시쯤 조 원장의 호출로 집무실에 갔더니 조 원장이 “사직해 달라”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혹 대통령 지시인가요?”라고 물었더니 조 원장이 “그럼 우리 인사를 누가 하겠어요”라며 대통령 지시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홍 전 차장은 조 원장이 자신의 사표를 반려한 사실에 대해선 “한동훈 대표가 최고위에서 탄핵 변심 발언, 언론에서 국정원 관련 보도를 한 것에 놀라 사탕발림한 것”이라며 “이런 상관을 어떻게 믿겠냐”고 비판했다.
홍 전 차장은 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면직과 관련 “비상계엄(을 건의했기) 때문이 아니라 계엄에 실패했기 때문에 면직한 것이다. 화가 나니 김용현도 자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 측은 정치인 체포 지시를 국정원장에게 보고했다는 홍 전 차장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국정원은 “홍 전 1차장은 지시를 받았다는 12월 3일부터 최초 보도가 나온 12월 6일 오전까지 4일 동안, 원장을 비롯한 국정원 내부 누구에게도 이를 보고하거나 공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