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자정을 넘긴 4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뒤 국회 앞으로 시민들이 몰려들어 계엄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영국 일간 가디언이 6일(현지시간) 12·3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K팝과 드라마 등 문화콘텐츠로 세계를 사로잡았던 한국의 두 얼굴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소프트파워 패권을 둘러싼 세계적 전투에서 한국은 최근 몇 년간 확실한 승자였다”며 “BTS를 필두로 한 한류는 세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 나라를 문화적 거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신문은 “하지만 이달 말 넷플릭스에 공개될 <오징어게임> 시즌 2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반국가 세력’을 근절하고 정치적 반대자를 물리치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하자 현실판 디스토피아가 끼어들었다”고 썼다.
이어 “K팝의 긍정적인 분위기에 더 익숙한 세계 시민들은 한국의 또 다른 얼굴을 실시간 목격했다”며 “계엄 선포는 노년층에게는 군사 독재자가 국가를 통치하고 민주주의 활동가가 거리에서 총탄에 맞아 죽던 시대의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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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한국인들이 이번 사태가 한국의 평판을 손상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올해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국가적 평판을 쌓아 올렸는데 모든 게 순식간에 무너졌다”는 한 서울 시민의 발언을 전했다.
신문은 또 다른 한편에서 이번 위기가 민주주의의 힘을 보여줬다고 믿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전했다. 가디언과 인터뷰한 한 대학생은 “한국의 국제적 이미지가 손상됐을 수 있지만 (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위해) 국회의원과 시민이 함께 신속하게 행동한 것은 한국의 긍정적 측면을 보여줬다”며 “계엄 선포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 군이 계엄령을 시행하는 데 주저했던 것 등을 보면서 나는 우리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더욱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