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반헌법적 계엄 선포…15년만에 발행한 ‘호외’

강윤중 기자

※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12월 2일

<여여여정 닫히는 ‘대화의 문’>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오른쪽)과 이종태 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이 1일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4차 회의를 마친 뒤 국회를 떠나고 있다. 의료 개혁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 해소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출범한 협의체는 이날 당분간 공식적 회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성동훈 기자

<여여여정 닫히는 ‘대화의 문’>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오른쪽)과 이종태 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이 1일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4차 회의를 마친 뒤 국회를 떠나고 있다. 의료 개혁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 해소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출범한 협의체는 이날 당분간 공식적 회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성동훈 기자

어떤 현장에서 엘리베이터는 사진기자에게 중요한 장치입니다. 엘리베이터 안의 인물이 처한 상황을 표현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엘리베이터 앞은 사진기자들에겐 뜨거운 몸싸움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가운데 자리를 잡기 위한 쟁탈전이 벌이지는 곳이죠.

의대 정원 문제 등을 논의하는 여·야·의·정 협의체가 출범 20일 만에 회의를 중단했습니다. 의대 증원 변경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휴지기’라고 하고, 의료계는 ‘협의체 참여 중단’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은 여·야·의·정 4차 회의를 마치고 의료계 대표들이 국회 엘리베이터에 오른 모습입니다. 대한의학회장이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을 누릅니다. 그렇게 ‘대화의 문’은 닫혔습니다.

■12월 3일

<무거운 출근길> 최재해 감사원장이 2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최 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본회의에 보고했다. 탄핵안은 오는 4일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된다. 성동훈 기자

<무거운 출근길> 최재해 감사원장이 2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최 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본회의에 보고했다. 탄핵안은 오는 4일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된다. 성동훈 기자

‘헌정사상 처음’이라는 문구는 참 매력적입니다. 뉴스 무게를 더할 뿐 아니라 사진을 주요하게 다루는 근거가 됩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안이 본회의에 보고됐습니다. 헌정사상 처음입니다.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감사원장의 직무가 정지됩니다. 힘 없고 심심한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헌정사상 처음이라서 1면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아침에 타사 신문 1면들을 보다 살짝 아쉬움이 생겼습니다. 파리 샹젤리제 거리를 배경으로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 중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재현하는 사진이었습니다. 곧 공개되는 <오징어게임 시즌2>를 홍보하는 행사였지요. 파리를 상징하는 거리에서 ‘전 세계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했던 한국 드라마를 홍보하는 건 ‘유사 이래 처음’이 아니던가요.

■12월 4일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통해 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통해 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세상의 충격적인 사건들은 농담처럼 옵니다. 퇴근해 집에서 받은 야근자 후배의 전화. “TV 켜보세요. 큰일 났습니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어요.” “뭐?” 농담처럼 들린 후배의 말에 외마디의 큰 소리로 되물었습니다. ‘계엄’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 앞에서 심장이 벌렁거렸습니다. 방금 벗었던 옷을 다시 꿰입고 다시 출근했습니다. 어디서 있다가들 왔는지 편집국은 북적였습니다.

국회로 달려간 출입기자들은 정문을 봉쇄한 경찰을 피해 담을 넘었습니다. 국회 위로 헬기가 날았고, 무장한 계엄군이 본관에 들이닥쳤습니다. 영화 같은 장면들 앞에서 두려움과 분노가 솟았습니다. 계엄사령관의 포고령에는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계엄법에 따라 처단한다” 등의 살벌한 말들이 나열돼 있었습니다.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는 계엄군을 국회 보좌진 등이 몸으로 막으며 대치했고, 새벽 1시쯤 본회의에서 비상계엄령 해제 결의안이 가결됐습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부터 국회 해제 결의안 통과까지 ‘157분’이 걸렸습니다.

경향신문은 이 긴박했던 시간을 ‘호외’ 지면에 담았습니다. 얼마만의 호외인지 모르겠습니다. 한밤중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윤 대통령의 사진을 신문 1면에 썼고, 호외 1면에는 국회 앞에 모여든 분노한 시민들의 모습을 실었습니다.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4일 새벽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기까지 상황을 반영해 발행한 경향신문 호외 1면.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4일 새벽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기까지 상황을 반영해 발행한 경향신문 호외 1면.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4일 새벽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기까지 상황을 반영해 발행한 경향신문 호외 2면.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4일 새벽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기까지 상황을 반영해 발행한 경향신문 호외 2면.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4일 새벽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기까지 상황을 반영해 발행한 경향신문 호외 3면.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4일 새벽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기까지 상황을 반영해 발행한 경향신문 호외 3면.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4일 새벽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기까지 상황을 반영해 발행한 경향신문 호외 4면.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4일 새벽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기까지 상황을 반영해 발행한 경향신문 호외 4면.

■12월 5일

<뜻 모은 야6당>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수용한 4일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야 6당이 국회 의안과에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뜻 모은 야6당>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수용한 4일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야 6당이 국회 의안과에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윤 대통령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받아들였지만, 사태의 후폭풍은 커지고 있습니다. 계엄 사태의 여파로 국정은 사실상 마비가 됐지요. 야당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또 야당은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수사기관에 고발했습니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내란 혐의로 탄핵과 기소 위기에 처했습니다.

시민단체와 노동계·종교계·대학가까지 한목소리로 계엄 사태를 규탄했습니다. 시민들은 다시 촛불을 들고 “윤석열 퇴진”을 외쳤습니다. 경향신문은 이날 신문 1면에 ‘반헌법적 ‘친위 쿠데타’, 윤석열 물러나라’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습니다. 사진은 야 6당이 함께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장면입니다.

■12월 6일

<국회 출석한 전 계엄사령관>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5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계엄과 관련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회 출석한 전 계엄사령관>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5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계엄과 관련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가 열렸습니다. 출석한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차관)과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은 계엄 사태 당시 계엄군을 움직인 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계엄 선포 사실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인 김 전 장관은 이날 대통령이 면직을 재가하면서 국회에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모습을 감춘 김 전 장관의 해외 도피 가능성도 나오고 있습니다.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답하는 전 계엄사령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1면 사진으로 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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