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범국민촛불대행진이 열린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는 세대와 성별, 직업과 지역을 불문하고 다양한 시민들이 모여 한목소리로 ‘윤 대통령 탄핵’을 외쳤다.
경기 부천시의 한 초등학교 1~3학년 학생 4명과 어머니들은 집회 현장 인근에서 ‘윤 대통령 탄핵 집회’ 소식이 담긴 신문지 등을 깔고 앉아 간식을 나눠먹고 있었다. 학부모 양성원씨(41)는 ‘대통령이 나쁜 행동을 했다는데 어떤 나쁜 행동을 한 거야?’라는 자녀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날 집회에 함께 참여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자유를 제한하기 때문에 나쁜 거야”라는 답변에 아이는 “제한이 뭐에요?”라고 되물었고,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건데, 우리는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잖아”라고 다시 답했다. 자신의 대답이 충분치 않다고 느낀 양씨는 “대통령이 나쁜 행동을 한 거야”라고 설명하는 대신, 현장을 보여주기로 했다고 한다. 그는 “아이가 무서워했다. 그래서 오늘 집회를 통해 시민들이 모여 나쁜 행동을 못 하게 해줄 거라고 말하고 그 현장을 보여주려고 함께 나왔다”고 했다.
김모씨(43)는 유아차에 세 살배기와 다섯 살배기 두 아이를 태우고 집회에 왔다. 그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침에 대통령 담화를 보고 전혀 책임질 생각이 없구나라고 느꼈다”며 “당에 거취를 일임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자기네 당 아니냐. 앞으로 무슨 행동을 할지 무섭다”고 했다.
김민경씨(28)는 ‘비말마스크, 비상약, 밴드, 뿌리는 파스 있습니다’라는 글을 적어 들고 다니고 있었다. 그는 “많은 걸 할 수가 없어 조금이라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돕고 싶어 나왔다”며 “사람이 많다보니 떠밀려서 발목을 삘 수도 있고 나뭇가지 등에 베일 수도 있다. 작은 상처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수능을 마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도 집회를 찾았다. 경기 성남시에서 온 고아영·한가희양(18)은 “미래의 나에게 떳떳하고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 고양은 “대통령을 잘못 뽑은 것만으로 모든 게 망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비상계엄을 통해 했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민을 위한다는 말로 본인을 위한 길을 가는 것 같아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집회에서 처음 만나 ‘탄핵 친구’가 된 이들도 있었다. 인천에서 온 조수지씨(28)와 수원에서 온 서희정씨(30)는 이날 처음 본 사이였다고 한다. 이들은 담요 하나를 함께 덮고 집회 현장 인근에 앉아있었다. 조씨는 “밤새 시민들이 국회를 지키는 걸 보고 부끄러웠다”며 “낮에라도 동참해야겠다 싶어 나왔다”고 했다. 서씨는 “오늘 ‘우리 당에 맡기겠다’고 한 대통령 담화를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기윤씨(67) 부부는 강원 춘천시에서 차를 몰고 왔다. 기차가 매진이었지만 “역사의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상경했다고 했다. 2008년 미국산 소고기 광우병 파동, 2016년 박근혜 탄핵 때도 촛불을 들었다는 최씨는 “국회 표결 소식을 듣자마자 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시민 개개인은 힘이 없지만, 이렇게 모여들고 지킨다는 걸 보여주기만 해도 힘이 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계엄만 ‘n회차’로 접한 고령의 시민들도 동참했다. 송광섭씨(82)는 “국민 수준이 얼마나 달라졌는데 비상계엄이라니 황당하고 어리석은 대통령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최은식씨(88)는 “이 추위에 나서서 탄핵·체포·하야를 말하는 시민들 목소리를 듣는다면 즉시 국가가 정상화될 수 있게 뭐든 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