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개”
일부 시민 국힘 당사로 몰려가 “해산하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7일 국민의힘 의원들의 집단 표결 불참으로 자동 폐기됐다. 시민들은 정당한 사유 없이 위법한 절차로 비상계엄령을 발령해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무산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7일 오후 5시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 재의결안 투표를 한 다음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진행했으나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거 표결에 불참하면서 정족수 미달로 자동 폐기됐다.
‘윤석열 탄핵’을 외치며 여의도 국회의사당 일대에 모인 약 100만명(주최측 추산, 경찰 추산은 약 11만명)의 시민은 분노했다.
인천에서 왔다는 고순자씨(63)는 “계엄령이 제대로 진행됐다면, 국민에게 총칼을 들이댔을 것”이라며 “탄핵이 가결될 것이라 기대했는데 여러모로 실망스럽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개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참석하지 않은 건 양심이 없는 행동”이라며 “의원들이 국민은 안중에 없고 본인의 안위와 밥그릇에만 연연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시도는 실패했지만, 윤 대통령 퇴진 요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시민들은 앞으로 매주 탄핵 집회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남양주에서 왔다는 장소연씨(28)는 “허탈하다. 탄핵이 될 줄 알았다”며 “(탄핵 표결에 불참한 것은) 내란죄에 동조한 것이다. 공범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록 오늘은 부결됐지만, 앞으로 주말마다 집회에 참석해 탄핵 촉구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윤다윤씨(27)는 “어린아이들이 앞으로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안타깝다”며 “탄핵밖에 답이 없다. 앞으로 탄핵 때까지 모든 집회에 다 나오겠다”고 말했다.
임현철씨(50)는 “오늘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박근혜 대통령 때도 한 달 반이 걸렸다. 시간이 걸려도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탄핵이 무산된 것에 격분해 정문 앞에서 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국회 주변을 애워싸며 항의하는 이들도 있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안 표결에 앞서 진행된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안에 투표한 후 본회의장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이자 “문 닫아”라고 외치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 이름을 가나다순으로 외치며 “탄핵 표결에 동참하라”고 외쳤다.
앞서 김건희 특검법이 최종 부결되자 시위 현장은 잠시 침묵으로 뒤덮였다. 집회 주최 측의 “분노의 함성 국회까지 들리도록 질러봅시다”라는 말에 침묵을 깼다.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거 본회의장을 떠나며 탄핵안 표결 성립이 어렵게 되자 일부 시민들은 국민의힘 당사 앞으로 몰려가 “위헌정당 해산하라. 자폭하라”며 소리 질렀다.
당사 앞에 모여있던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이겼다”라고 소리치다 집회 참가자들과 부딪혀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탄핵 집회 참가자 이종원씨(51)는 “너무 화가 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김건희 특검법 표결을 보자마자 이쪽으로 달려왔다.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탄핵을 촉구하는) 이런 국민도 있다는 걸 목소리로 들려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황석한씨(57)는 “참담하다. 국민의힘이 나라가 아니라, 자신의 지역구 생각만 한 것 같다. 결국 (국민에게) 고립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