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입장 안 밝히고 뒷문으로···추경호는 끝내 카메라 피해

문광호 기자    민서영 기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7일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본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문광호 기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7일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본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문광호 기자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안’ 처리를 무산시킨 국민의힘은 지난 7일 밤부터 8일까지 이틀째 기자들의 질문과 시민들의 야유를 피하기에 바빴다.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의 퇴진 시점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탄핵 부결 당론을 정한 이유를 기자들 앞에서 설명하지 않았다. 탄핵 반대 당론에 비판적인 이들도 있지만 ‘배신자 프레임’ 우려 등을 들어 입장 표명은 꺼리는 분위기다.

한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공동 담화문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떠났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담화문 발표 후 한 대표가 필요한 게 있으면 답할 것”이라고 했지만 발표 직후 “대표의 브리핑은 없다”고 말을 바꿨다. 이날 당대표실로 향한 친한동훈계 의원들도 묵묵부답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국민의힘은 지난 7일 밤에도 언론과 야당, 시민들을 피하기 바빴다. 국민의힘은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의총)에서 탄핵안과 ‘김건희 특검법’ 부결 당론을 확인하고 탄핵안 표결에 불참하기로 했는데 이를 기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통상 원내대표가 의총 결과를 알려온 데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의원들은 국회의사당 중앙 로비인 로텐더홀이 아닌 뒷문으로 본회의장에 들어갔다.

특검법을 부결시킨 국민의힘은 탄핵안이 상정되자 줄줄이 자리를 떴다. 표결에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을 제외한 105명이 불참했다. 이들은 의총이 열렸던 장소에 다시 모여 본회의 상황을 지켜봤다. 이수진 민주당,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이 곳을 찾아 복도에 있던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에게 같은 상임위 소속 의원과 대화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 카메라 앞에 선 김 의원은 “이 방송을 듣고 있다면 제발 투표에 참석하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민주당 지도부도 방문했지만 여당 의원들은 나오지 않았다. 여당 보좌진, 당직자들은 “나가라, 민주당으로 나가”라고 외치며 이들을 제지했다.

투표 불참은 주호영 국회부의장 등 중진 의원들이 주도했다. 주 부의장은 지난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는 집단 투표 불참은 “한국 민주주의 수준을 떨어지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탄핵안 투표에서는 집단 불참을 주장하며 이중적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일부 초·재선 의원이 투표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행동으로 옮긴 사람은 거의 없었다.

8일 국민의힘 당사에 오물투척 방지망이 설치돼있다. 민서영 기자

8일 국민의힘 당사에 오물투척 방지망이 설치돼있다. 민서영 기자

7일 오후 9시26분쯤 탄핵안 투표 불성립이 선언됐다. 추 원내대표는 카메라 앞에 서지 않고 뒷문으로 국회를 빠져나갔다. 퇴청이 은밀하게 이뤄져 한참 뒤에 소식이 알려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탄핵보다 더 질서있고 책임 있는 방식”으로 위기를 수습하겠다는 짤막한 입장문을 밝히고 국회를 떠났다.

국민의힘이 탄핵 반대 당론을 정하고 무대응 전략을 편 것은 ‘탄핵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국민의힘 중진들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에 일부 여당 의원들이 동조해 사태 파장이 확산했다고 본다. 실제로 추 원내대표는 의총 마지막 발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상기시키며 “탄핵이 가결되면 민주당의 겁박정치가 이제 헌법재판소를 향해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진 의원들은 의총에서 8년 전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일단 시간을 벌자”고 했다.

대부분의 의원들은 공개적인 발언은 꺼리고 있다. ‘탄핵 반대’에 앞장섰다가 시민들에게 낙인이 찍힐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의원은 쏟아지는 비판 문자와 전화로 휴대전화가 꺼질 지경이었다고 전했다. 전날 국회 앞에서 집회를 하던 시민들이 국민의힘 당사로 몰려가 ‘국힘(국민의힘) 해체’를 외치기도 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당사에 오물 투척을 방지하기 위한 그물망을 설치했다.

당의 대처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나온다. ‘보수의 흑역사’로 기록될 순간에 어떤 입장이든 이름을 남기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 보좌진은 “박근혜 탄핵 때만큼은 아니겠지만 (반대 입장을 공개 표명하면) 골수 지지자들은 배신자 논리를 또 꺼낼 텐데 우리 의원이 앞장설 필요는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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