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령, 30여 년간 국정원 정보맨 활동
전임 홍장원 ‘윤의 정치인 체포 지시’ 주장

지난 10월 29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직원들이 국정감사 감사위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가정보원 신임 1차장으로 오호룡 전 국정원 특별보좌관(64)이 임명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홍장원 1차장의 후임이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에도 인사권을 여전히 행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정원은 “지난 6일 홍장원 전 1차장 후임으로 오호룡 현 특별보좌관이 임명됐다”고 8일 밝혔다. 오 신임 1차장은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국정원에서 30여년 간 일했다. 국정원은 오 신임 1차장에 대해 “해외 정보수집, 대외협력 등 해외 분야 업무에만 종사한 순수 정보맨”이라며 “풍부한 현장경험과 지휘역량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안보 이슈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일 홍 전 차장은 국회를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고 국회 정보위원회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했다. 홍 전 차장은 대통령의 지시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이어 열린 국정원 주요 간부 회의에서도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홍 차장은 조태용 국정원장이 사태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인상을 받았다고 면담에서 밝혔다.
홍 전 차장은 지난 5일 오후 4시쯤 조태용 국원장이 대통령의 ‘즉시 경질’ 지시 내용을 전달받고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지난 6일 오전 이임식을 마친 직후 조 원장이 사직서를 반려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홍 전 차장의 주장을 부인했다. 국정원은 “계엄 해제 이후 홍 전 1차장은 현 상황을 감안할 때 국정원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전화를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면서 “국정원장은 이러한 언행이야말로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시킬 수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해 대통령께 교체를 건의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또 “국정원장이 지난 3일 밤부터 6일 오전까지 홍 전 1차장이 주장하고 있는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가 있었다는 그 어떤 보고도 받지 못했다”고 거듭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