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은 핵심 수사 대상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검찰에 자진출석한 뒤 긴급체포되면서 신병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공관·집무실·자택·통신기록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물 확보와 분석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모두 수사에 나선 ‘수사주도권 다툼’ 상황에서 경찰은 “내란죄 수사는 경찰에 수사권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경찰 지휘부가 고발돼 피의자 신분이라는 점에서 향후 수사는 특검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단은 8일 전담수사팀을 150여명 규모의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으로 꾸렸다. 기존의 120여명 규모에서 수사관 약 30명을 추가했다. 올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대공수사권을 넘겨받아 몸집을 키운 안보수사단으로선 최대 규모 수사팀을 운영하게 됐다.
특별수사단은 이날 오전 김 전 장관에 대한 ‘내란·반란죄’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체포영장은 신청하지 않았다. 국수본 관계자는 “출국금지를 신청한 상태이기 때문에 압수수색을 통해 자료를 먼저 명확하게 확보하고 조치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과 비상계엄 수사를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경찰은 비상계엄 사태의 주요 죄명인 내란죄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 우선권이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지만, 직권남용죄를 수사해 확대하는 방식으로 수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다른 국수본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내부 검토 결과 검찰에서 직권남용죄를 통해 내란죄를 수사해 기소하더라도 법원에서 공소기각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크다고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의 모든 범죄가 직권남용으로 연결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마약 사건 등에서 수사권이 없는 검찰이 사건을 직접 수사 후 기소해 피고인 측이 ‘검찰은 수사권이 없어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사례도 있다. 경찰은 실제 검찰이 수사권 없는 사건을 직접 수사 후 기소했다가 법원에서 공소기각된 판결을 여러 건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중요한 사건이 공소가 기각되면 누가 책임질 수 있겠나”라며 “경찰이 수사를 끝까지 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의 이런 입장은 형법 40조 ‘상상적 경합 관계’를 분석한 결과다. ‘1개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는 규정인데, 이에 따르면 비상계엄 수사 역시 5년 이하의 징역형인 직권남용죄가 아니라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 최고형인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는 경찰이 우선이 된다는 취지다.
난관도 예상된다. 경찰의 수사는 결국 고위급 군 장성을 향해야 한다. 현직 군인이 저지른 성범죄, 입대 전 범죄, 범죄로 인한 사망 사건을 제외하면 군사법원이 관할한다. 경찰은 형법상 내란죄와 군형법상 반란죄에 대한 고발을 접수한 상태다. 다만 국수본은 현역 군인에 대한 재판관할권이 군사법원에 있어도 경찰 역시 수사는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수사 우선권, 군에 대한 수사가 모두 가능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고발돼 피의자 신분이 됐기 때문이다. 국수본은 조 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등에 비상계엄 당시 경찰 지휘부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아 압수해 분석하고 있다. 결국 수사는 특검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