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내 상륙이 유력시되는 비야디 중형 전기 세단 ‘실(Seal)’이 주행하고 있다. 비야디 제공](https://img.khan.co.kr/news/2024/12/08/l_2024120901000217700026641.jpg)
내년 국내 상륙이 유력시되는 비야디 중형 전기 세단 ‘실(Seal)’이 주행하고 있다. 비야디 제공
20개 이상 중국 배터리 공장 운영
원자재 확보부터 부품 제조까지
수직 계열화로 가격 경쟁력 확보
올 3분기 매출 테슬라 첫 ‘추월’
“배터리 기술 경쟁력이 성장 비결”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중국 BYD(비야디)의 승용차가 내년 1월 국내 시장에 들어온다.
테슬라도 지난 7일 전국에서 여덟 번째이자 서울에서 신사, 여의도에 이은 세 번째 전시장인 ‘강남 스토어’를 논현동에 오픈하고,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출시한 ‘사이버 트럭’을 전시하는 등 공격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으로 자동차를 파는 테슬라의 이런 대면 소통 강화 전략은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합 중인 비야디의 국내 진출을 의식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더불어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정책이 노골화하고, 관세장벽을 높이는 미국과 유럽을 피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동남아시아, 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 해외 신흥시장 진출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시장에서도 두 국가의 ‘대표 주자’인 테슬라와 비야디가 본격적인 한판 대결을 앞두고 있는 셈이다.
![비야디의 배터리 자회사 ‘핀드림즈’가 운영하는 충칭 배터리 생산 공장 입구. 비야디 제공](https://img.khan.co.kr/news/2024/12/08/l_2024120901000217700026642.jpg)
비야디의 배터리 자회사 ‘핀드림즈’가 운영하는 충칭 배터리 생산 공장 입구. 비야디 제공
두 업체는 여러모로 닮은 구석이 많다.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시기가 비슷하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업 구조 측면에서 완성차뿐만 아니라 배터리도 함께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비야디는 원자재 광물 확보에서부터 배터리, 모터, 전자 제어 시스템 등 부품 제조에 이르기까지 전기차를 만들기 위한 전 과정을 수직 계열화한 상태다. 타이어와 유리창만 빼고는 완성차 제조에 필요한 부품을 전량 자체 조달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경쟁업체들이 쉽사리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배경이다. 왕촨푸(비야디)와 일론 머스크(테슬라)라는 이공계 출신의 걸출한 스타 최고경영자(CEO)가 미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 또한 유사하다.
비야디가 지난달 21일 한국 언론에 충칭 배터리 공장을 공개했다. 2020년 완공된 이 공장은 비야디가 자랑하는 리튬인산철(LFP) 블레이드 배터리의 첫 생산기지이기도 하다. 100% 자동화 공정으로 연간 35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한다.
통상 LFP 배터리는 한국 배터리 3사가 주도하는 삼원계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보다 안전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비야디 충칭 배터리 공장이 이날 강조한 부분도 ‘화재 안전성’이었다. 자사 블레이드 배터리와 일반 NCM 배터리를 지름 5㎜ 두께의 송곳으로 뚫었을 때를 비교하는 실험을 했는데, NCM 배터리는 펑 하고 불꽃이 일었지만 블레이드 배터리는 별 반응이 없었다.
46t 무게의 트럭이 블레이드 배터리 위를 밟고 지나가는 압착 테스트 영상도 보여줬다. 웬만한 충격에는 끄떡없을 정도로 강성을 보완했다는 자신감이다. 비야디 충칭 공장 관계자는 “블레이드 배터리는 일반적으로 NCM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다는 LFP 배터리의 약점도 기술적으로 보완했다”고 소개했다.
비야디는 충칭 외에도 중국 내에서만 20개 이상의 배터리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여기서 비야디가 제작하는 차량에 전량 납품하고도 남을 정도의 배터리가 만들어진다.
1995년 설립된 비야디는 원래 배터리 회사였다. 휴대폰 배터리 납품업체로 업력을 쌓다가 왕촨푸 회장의 결단으로, 2003년 친촨자동차를 인수하고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전기차 제조 회사로 테슬라가 문을 연 시기도 2003년이다. 불과 3년6개월 만에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포함) 누적 생산량이 100만대(2021년 5월)에서 1000만대(2024년 11월)를 넘어설 정도로 비야디의 성장 곡선은 가파른 궤적을 그리고 있다.
지난 1~3분기 판매량은 261만5000대로, 테슬라(129만6000대)의 2배를 넘는다.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에서도 비야디는 2위 테슬라(11%)를 제치고 압도적 1위(22.3%)에 올랐다. 올해 3분기 매출은 2011억위안(약 38조9329억원)을 기록했다. 테슬라의 3분기 매출 252억달러(약 35조4186억원)를 넘었다. 비야디가 테슬라를 전기차 판매량에 이어 분기 매출도 추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야디 관계자는 “비야디가 해마다 비약적 성장을 거듭하는 비결로 배터리 기술 경쟁력을 빼놓을 수 없다”며 “비야디 전체 직원 90만명 중 12%인 11만명이 연구·개발 인력”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비야디는 올해 1~10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순수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하이브리드차(HEV)에 탑재된 배터리 총사용량에서 중국 CATL(36.8%)에 이어 점유율 세계 2위(16.8%)를 달리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지난 5일 펴낸 보고서에서 “우리도 글로벌 흐름에 대응해 2차전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