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들, 트럼프 2기·중국 업체 공세·비상계엄 후폭풍 ‘시계제로’
무뇨스 사장 “유연한 전동화 전략”…신화 만들지, 졸전으로 끝날지 주목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시계 제로’ 국면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테슬라와 BYD(비야디)가 엄청난 속도로 전기차 전환을 이끌면서 기존의 내로라하던 전통 내연기관차 강자들도 줄줄이 실적에 빨간불이 커졌다.
비야디 등 중국 업체들이 미국·유럽의 관세장벽을 피해 세계로 뻗어 나가면서 글로벌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공공연히 “전기차 보조금 전면 폐지”를 부르짖으며 반(反)전동화 기치를 분명히 하고 나섰다.
이래저래 불확실성이 커진 형국이다. 미래 먹거리도 챙겨야 한다. ‘정치 권력’을 등에 업은 테슬라를 필두로 미국 업체들이 전기차를 넘어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를 향해 치고 나가고 있어서다.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는 미국 플로리다주의 대도시 마이애미에서 2026년부터 로보(무인)택시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지난 5일(현지시간) 밝혔다.
국내 완성차 업계엔 ‘비상계엄’ 후폭풍이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성장 여지가 큰 북미 시장을 발판으로 고수익 신차를 대거 출시하며 폭스바겐을 넘어 글로벌 2위 기업으로 도약하려던 현대차그룹으로선 급변한 영업 환경 아래서, 특히 북미 시장 전략이 중요해졌다.
현대차그룹이 현대차 차기 대표이사로 ‘북미통’인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을 선임한 배경이다. 그는 내년 1월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무뇨스 사장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LA오토쇼’에서 “수십년간 자동차 업계에서 종사했지만, 이 정도의 변동은 없었다”며 “보다 유연한 전동화 전략을 펼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차(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등 다양한 제품군 생산을 늘려, 당장 전기차 앞에 드리운 위기를 헤쳐가겠다는 복안이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전기차를 포함한 미래 전동화 경쟁력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이를 웨이모, 제너럴모터스(GM) 등과의 협력을 포함한 ‘합종연횡’ 전략으로 돌파할 방침이다. 무뇨스 사장은 “웨이모와 최첨단 로보택시 출시를 준비 중이고 곧 볼 수 있을 것”이라며 “GM과는 양사의 자동차 생산 능력(캐파)을 더 잘 활용하고 전동화 기술을 공유할 것이다. 곧 추가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이 창사(1967년)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 CEO를 내정하자 업계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1965년 스페인에서 태어난 무뇨스 사장은 1989년 푸조·시트로엥 스페인 딜러로 자동차 업계에 발을 들였고 대우자동차 이베리아법인 딜러 네트워크팀장, 도요타 유럽법인 판매·마케팅 담당을 역임했다. 이후 2004년 닛산에 합류해 멕시코 법인장, 북미 법인장 등을 거쳐 최고성과책임자(CPO) 겸 중국법인장에 올랐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이미 판매량 기준 세계 3위를 달리는 글로벌 기업이라지만 지금처럼 ‘복합위기’가 몰아치는 상황에서 조타수 역할을 맡은 무뇨스 사장으로선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면서 “현대차그룹의 파격 인사가 과연 히딩크의 ‘월드컵 4강 신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클린스만의 ‘아시안컵 졸전’으로 이어지고 말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무뇨스 사장도 이러한 반응을 의식한 듯 “최소한 초기에는 한국에서 70%, 미국 등 다른 대륙에서 30%의 시간을 보내겠다”며 “(한국을 자주 찾아) 현대차 임직원들과 싱크로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소통 강화 의지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