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반짝, 마법의 버섯

이정호 기자

스위스 연구진, 뽕나무 버섯 활용

나무토막 녹색 빛 방출 기술 개발

한밤중 야외서 ‘경고등’ 역할 가능

스위스 연방 재료과학기술연구소(EMPA)가 고안한 기술이 적용된 나무토막들이 실험기기 위에서 녹색 빛을 내뿜고 있다. EMPA 제공

스위스 연방 재료과학기술연구소(EMPA)가 고안한 기술이 적용된 나무토막들이 실험기기 위에서 녹색 빛을 내뿜고 있다. EMPA 제공

어떤 동력도 공급되지 않은 나무토막에서 반딧불이처럼 녹색 빛이 뿜어져 나오도록 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빛을 내는 특정 버섯을 나무토막에 ‘감염’시키는 것인데, 가정이나 공공장소에서 조명용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한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연방 재료과학기술연구소(EMPA) 연구진은 최근 목재 스스로 어슴푸레한 녹색 빛을 내며 어둠을 밝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를 통해 밝혔다.

연구진이 발표한 이 기술은 ‘뽕나무버섯’을 이용한 것이다. 일부 뽕나무버섯종은 화학물질인 ‘루시페린’을 만든다. 루시페린은 녹색 빛을 발산한다. 반딧불이도 루시페린 때문에 빛을 만들 수 있다.

연구진은 뽕나무버섯 일부가 나무토막에 스며들게 했다. 그러자 빛이 나는 나무토막이 만들어진 것이다.

나무토막은 ‘발사(Balsa)’라고 부르는 속씨식물을 잘라 만들었다. 남미에서 주로 자라는데, 최대 30m까지 성장한다. 발사 나무는 조직의 밀도가 낮아 버섯이 침투하기에 좋다.

연구진은 “3개월 동안 발사 나무와 뽕나무버섯을 함께 길렀을 때 가장 높은 광도가 나타났다”며 “약 10일 동안 560㎚(나노미터) 파장의 녹색 빛이 방출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나무토막에서 나오는 빛은 주변을 휘황찬란하게 비출 정도로 밝지는 않다. 책을 읽기에도 모자란다.

하지만 깜깜한 어둠 속에서 산길을 비추거나 위험지대를 표시하는 경고등 역할을 하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전기를 끌어오기 어려운 오지에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빛을 내는 나무토막은 가구 디자인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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