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처음에는 황당함과 공포가 뒤섞인 두 시간이었고, 이후 동이 트기 전까지 차가운 겨울밤을 마다하지 않고 거리로 나선 시민들 덕분에 안도와 감동, 그리고 자부심으로 밤을 지새웠다. 붕괴 위기에 놓인 국가를 시민의 손으로 버티고 지켜냈지만, 국민의힘은 마지막 책임마저 저버리고 내란의 공범이 되기를 선택했다.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윤석열과 그의 친위부대를 온당히 처벌할 때까지, 시민들은 언제까지나 힘을 모아줄 것이기에 두렵지는 않으나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불경기로 인해 먹고사는 고민도 깊고 망국적인 정권을 끌어내리느라 누구라도 쉴 틈 없이 바쁘겠지만, 절대 놓쳐선 안 될 교훈이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는 한국사회의 고질적 시스템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지만,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 혐오와 갈등, 각자도생 사회로 치닫는 열차는 멈추지 않았고, 불평등과 기후위기, 지방소멸 등의 시대적 과제들은 정쟁 탓에 뒷전으로 밀렸다. 안타깝게도 이 모든 역사가 수년 전 시민들의 촛불혁명으로 부패한 정권을 교체시킨 이후 일어난 일이다.
대한민국의 눈높이가 더 낮아질 이유가 없다. 능력, 책임감 그리고 멀쩡한 정신까지 나라를 이끌기 위한 최소한의 자질조차 없는 이가 우리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격 없는 위정자를 퇴출해내는 일은 출발점에 불과하고, 그간의 비극을 왜 끊어내지 못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 더해져야 한다. 이미 3년 가까운 시간을 허비한 만큼, 오늘을 살아가는 시민들과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한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영하의 강추위 속에 매일같이 거리에 있기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 시간을 더 풍성하게 보낼 수 있어야겠다. 시민이 모이는 현장마다 다음 의제와 정책을 준비하는 작업을 함께해보는 것이다. 정책 결정권자들이 외면했던 전세사기 피해자, 장애인, 산재와 사회적 참사 유가족, 권리에서 배제된 이주민, 기후 재난 속에서 더욱 취약한 불평등의 현장 등 새로운 민주주의 사회가 함께 발맞춰야 할 문제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몇몇 정치인에게 위임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토론과 설득, 성찰을 지속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새로운 세대가 과감한 변화를 시도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윤석열의 내란 범죄는 역설적으로 국민들이 그간 민주주의를 일상 깊숙이 체득해왔음을 보여주었다. 다음 단계로 나아갈 힘이 충분함도 증명되었다. 해야 할 일이 많지만, 희망으로 새롭게 그려나가는 작업인 만큼 지난 시간보다는 더 즐겁게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일상을 사는 시민들이 이 모든 과정을 수행하긴 어렵다. 그렇기에 시민사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이번만큼은 정치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해야 할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해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