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후폭풍에 국가 연구기능도 ‘휘청’…과학 기관장 공백 장기화하나

이정호 기자

정부 연구기관 원장 선임 절차 ‘스톱’

트럼프 취임 등 현안 대응력 약화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자정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관으로 계엄군이 진입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자정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관으로 계엄군이 진입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 혼란으로 국가 과학기술 연구 기능에도 중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진행 중이던 과학 관련 정부 연구기관 원장들의 선임 절차가 줄줄이 미뤄지는 일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방안이 없어 과학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과학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시작된 정국 혼란의 영향으로 국가 단위의 과학 탐구를 수행하는 정부 연구기관들의 원장 선임 절차가 상당 기간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원장 임기가 이미 종료됐거나 올해 연말까지 끝날 예정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관기관은 총 12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국가 연구 기능의 핵심인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소속 정부 연구기관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등에서는 원장 선임이 최근까지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향후 일정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올 연말 현 원장 임기가 끝나지만 새로운 원장을 선임하기 위한 공고를 아직 내지 못한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도 서둘러 일정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사실 행정 절차상으로만 보면 원장 임명은 NST 이사장 권한이다. 정국과 상관없이 임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원장 선임은 관련 부처 등과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차관급인 원장 선임 내용을 대통령실에 보고하는 절차도 현재는 진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각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진은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통상적인 행정 기능은 작동 중이지만, 현 정국에서 원장 선임이 이들의 선순위 업무가 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새 원장 임명이 계속 지연되면 시급한 과학 분야 현안에 대응하기가 곤란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우주항공청 산하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월면에 기지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다국적 달 개척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을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내년 1월20일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임기 초부터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와 보조를 맞춰 아르테미스 계획에 속도를 붙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행정적 차원에서는 우주항공청이 이 같은 대외 변화에 맞춰 일정한 수준에서 대응할 수 있지만, 기술 분야를 책임지는 항공우주연구원과 천문연구원의 차기 원장이 선임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에 새로운 제안을 하는 식의 구체적 움직임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정부 연구기관 관계자들은 “새 원장 선임이 지연되면 내년에 새로운 탐구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조직 개편이나 인사 이동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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