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이 절박하다(1)

“절박해” 국민 위협한 대통령…접경지 주민들 “우린 매일 목숨이 위태”

이예슬 기자    김송이 기자
파주 민통선 밖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 중인 윤설현씨(57)가 지난 10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파주·강화·연천 접경지역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주최 기자회견 중 ‘대북 전단 살포 중지’를 촉구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사진 크게보기

파주 민통선 밖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 중인 윤설현씨(57)가 지난 10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파주·강화·연천 접경지역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주최 기자회견 중 ‘대북 전단 살포 중지’를 촉구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평양에 무인기 침투했을 때 접경지 주민들은 정말 절박했어요. 곧 전쟁이 터질 것만 같았으니까요.”

경기 파주시 민통선 남쪽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 중인 윤설현씨(57)는 9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본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110초짜리 대국민담화 방송에서 “비상계엄 선포는 국정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윤 정권 출범 이후 북한의 대남방송, 오물풍선 등 도발에 시달려 온 접경지 주민들은 “우리는 대통령 때문에 매일 목숨을 걱정해야 했다”고 꼬집으며 “국민의 절박함을 무시하는 대통령은 탄핵해야 한다”고 했다.

접경지 주민들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불안이 가중됐다고 호소했다. 윤씨는 “지난 3일 대통령의 연설을 보고 혹시나 북한의 움직임이 있을까봐 ‘정말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혹시나 군대가 이동하지는 않는지 계속 집 밖에 나가 지켜보며 밤에 잠도 자지 못했다”고 했다. 연천군 주민 최현진씨는 “연천은 10년 전에 포가 떨어진 적이 있어서 지역 주민들은 ‘전쟁 날까 봐 무섭다’며 두려움에 떨었다”고 했다.

이들의 불안은 “절박해서 계엄을 선포했다”는 대통령의 담화 이후 분노로 번졌다. 윤씨는 “국민의 절박함은 듣지 않더니 본인의 절박함을 호소하나”라며 “대체 어느 국민이 공감하겠나”라고 말했다. 인천 강화군 당산리 주민 박모씨(74)는 “주민들은 5개월째 소음에 가까운 대남방송을 듣고 있는데 나아지는 건 전혀 없고 힘든 상황만 반복되다 보니 치매가 올 지경”이라며 “뉴스를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아 너무 머리가 아프고 화가 난다”고 했다.

주민들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비상계엄 사태 전부터 북한과의 국지전을 유도하려 했다는 의혹이 보도되면서 불안과 분노가 폭발 지경에 달했다고 했다.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일주일 전부터 김 전 장관이 김명수 합참의장에게 ‘북한에서 오물풍선이 날아오면 경고 사격 후 원점을 타격하라’고 지시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계엄의 명분으로 국지전을 일으키려 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윤씨는 “평양에 무인기를 보내고 임진각 인근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할 때부터 주민들이 국지전을 일으키려는 게 아닌지 내내 의심하고 불안에 떨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심이 현실이었다는 생각에 참담한 심정”이라며 “대남방송 때문에 단순히 생활이 불편한 수준이 아니라 생명에 실질적인 위협을 받은 것”이라 했다.

이들은 “국민의 절박함을 무시한 대통령과 여당을 탄핵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최씨는 “군인들이 국회에 들어오는 걸 보며 당연히 내란죄가 적용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동두천 주민들이 지역구 의원인 김성원 의원 사무실에 가서 항의하고 스티커를 붙였다는 소식을 듣고 연천 주민들도 행동에 나설 방법을 고민 중”이라 말했다. 윤씨는 “여당이 탄핵안 표결에 참여도 하지 않는 것은 역사의 죄인으로 길이 남을 것”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탄핵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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