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대구·광주 등 13개 도시 투어 리사이틀
이제 40대 중반인데 벌써 데뷔 35주년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44)이 5년 만의 전국 투어 리사이틀을 연다.
사라 장은 9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기자들과 만나 “큰 오케스트라, 큰 공연장에서 연주한다고 완벽히 행복한 것은 아니다”라며 “지휘자, 오케스트라, 동료 연주자와 호흡이 잘 맞고 관객의 에너지가 전기처럼 전해질 때 너무 신나고 마법 같이 기억에 남는 연주가 된다”
클래식 음악계의 수많은 ‘신동’ 중에서도 사라 장은 원조였다. 만 9세였던 1990년 1월13일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뉴욕필하모닉 신년음악회에서 고난도의 파가니니 협주곡을 협연하며 데뷔했다. 이듬해에는 EMI 레이블의 최연소 레코딩 기록을 세웠고, 1994년에는 세계 최정상 교향악단 베를린필하모닉과 협연했다. 쿠르트 마주어, 리카르도 무티, 마리스 얀손스, 사이먼 래틀 등 저명한 지휘자와 호흡을 맞췄다.
사라 장은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며 음악관에도 조금의 변화가 생겼다고 했다. 그는 “1년에 연주 100번 하는 것보다 가족하고 보내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지금도 행복의 밸런스를 잡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전에는 교향악단이나 지휘자의 명성을 중시했다면, 이젠 개인적으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연주가 좋다고도 했다.
“어릴 때는 부모님, 매니저, 과외 선생님과 함께 투어를 다녔죠. e메일도 없을 때라 팩스로 학교에 숙제를 보냈어요. 굉장히 복잡하고 바쁜 삶이었습니다. 지금은 즐기며 연주합니다.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하고, 하고 싶은 오케스트라와 연주합니다.”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13개 도시에서 공연한다. 브람스와 프로코피예프 작품을 중심으로 레퍼토리를 꾸몄다. 그는 “너무나 큰 소나타인 프로코피예프 곡이 주 요리다. 브람스는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작곡가다. 바흐나 모차르트는 음악에 구조가 있지만, 브람스는 마음에서 쏟아져 나오는대로 해도 괜찮다는 자유를 준다”고 설명했다.
주로 사용하는 악기는 1717년 산 과르네리 델 제수. 20세기 전설적 바이얼리니스트 아이작 스턴이 물려준 명기다. 스턴은 사라 장에게 자신의 악기들을 보여준 뒤 “과르네리가 네게 잘 맞을 것 같다”며 직접 권했다고 한다. 바이올린 중에서 작고 허리도 가는 편이라 손이 작은 사라 장에게 잘 맞는다고 한다.
사라 장은 어린 시절 앞선 세대의 명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조언을 잊지 못한다. 정경화는 굳이 시간을 내 어린 사라 장에게 국제 음악계에서 활동하는데 도움이 되는 말을 건냈다고 한다. 사라 장은 “해외의 학교에서, 콩쿠르에서 젊은 한국 연주자들을 볼 때마다 자랑스럽다”며 “한국 출신 음악가들끼리 조언 주고 받으며 한국을 빛내고 국제적으로도 주목받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