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인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팟캐스트 방송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한 2030 여성들을 성적 대상화해 논란이 됐다. 민주당은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로 정국 상황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선출직 공직자와 주요 당직자들은 언행에 유의하라고 경고했다.
박 교수는 지난 8일 팟캐스트 ‘매불쇼’에 나와 지난 주말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에 대해 말하다 문제의 발언을 했다. 김용남 전 의원이 “대학 기말고사 끝나는 학생들이 많으니 다음주 주말에는 (집회에) 더 많이들 나올 것 같다”고 하자, 박 교수는 “관련해서 한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20·30대 남성들한테 알려주려고 정보를. 많이 나온대 여자분들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진행자인 방송인 최욱씨가 웃으며 “철학과 교수님, 철학과 교수님”이라고 하자, 박 교수는 계속 웃으며 “얼마나 철학적이에요”라고 했다.
X(구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당 발언 영상이 퍼지며 집회에 참석한 2030 여성을 ‘미끼 상품’으로 취급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누리꾼들은 “내가 이딴 소리 들으려고 그 추운 날 바닥에서 목이 터져라 ‘탄핵’ 외쳤나 싶다” “2030 여성은 남성의 참여 독려용 미끼가 되기 위해 집회에 나가지 않았다. 이 사회의 일원이기 때문에 나간 것” 등이라고 비판했다. 대학생 자녀를 둔 엄마라고 밝힌 누리꾼은 “제가 2030일 때 당해야만 했던 여성에 대한 비하와 조롱 수준의 저급한 농담들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음에 절망을 느낀다”며 “여자 만나러 집회 나오라는 소리를 농담이랍시고 웃는 님들이 진보인가”라고 했다.
비판이 커지자 박 교수는 해당 영상 댓글에 사과문을 올렸다. 박 교수는 “2030 남성들이 집회 현장에 보이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깨어있는 여성들을 쫓아서라도 시위 현장에 나타나길 바란다는 내용의 사르카즘(반어법)을 던진 것이었는데 상처를 드렸다”며 “물의 빚은 부분에 대한 용서를 구하며 시위를 축제의 장으로 바꿔주신 용기 있는 여성분들께 응원과 지지를 보낸다”고 했다.
사과문에 대해서도 성적 대상화라는 본질을 회피한 해명이라는 비판이 재차 나왔다. 1980년대 학생운동을 했던 50대 여성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사과문에 댓글을 달고 “40년 동안 집회 문화와 시민 의식은 이렇게 발전했건만 남성의 여성에 대한 사고방식은 조금도 진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참담하다”며 “50대 남자교수는 자신의 발언 속에 담긴 전근대적 사고를 제대로 철학하지도 못하고 겉핥기식 사과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9일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해서 제가 실수를 했다”고 사과했다. 진행자 김어준씨가 “욕 좀 드셨구나”라고 하자, 박 교수는 “사과를 드리려고. 다른 방송이지만”이라고 했다. 그러자 김씨는 “다른 방송에서 해야지, 왜 여기서 사과를 하셔”라고 하며 웃었다.
민주당은 논란이 이어지자 경고에 나섰다. 비상계엄 해제 이후 윤 대통령 탄핵으로 여론이 모아지는 와중에 비판의 대상이 분산돼서는 안 된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중앙당은 이날 오후 김윤덕 사무총장 명의로 17개 시·도당에 ‘비상시기 선출직 공직자 및 주요 당직자 행동 지침 안내의 건’ 공문을 보냈다. 민주당은 공문에 “선출직 공직자와 주요 당직자들은 지역위원회 및 SNS, 유튜브 등 모든 활동에서 언행에 유의하길 바란다”며 “본인의 잘못된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로 정국 상황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또 “특히 차별적 발언과 혐오발언, 사회적 물의를 빚는 행동 등으로 현 상황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라며 “중앙당에서는 추가 논란이 발생할 시 무관용의 원칙으로 비상징계 등 엄중 조치에 나서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