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어디서 파는거야?” 탄핵 집회 이후 K팝 응원봉 판매량↑…탄핵 키워드 된 ‘K팝’

김한솔 기자    남지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들이 각자 다른 모양의 응원봉을 들고 있다. 정효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들이 각자 다른 모양의 응원봉을 들고 있다. 정효진 기자

“혹시 너도 집에 응원봉 있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에 다녀온 60대 A씨는 딸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물었다. 집회 현장에서 10~30대 여성들이 든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보고나서다. 촛불보다 밝고 모양도 특이한 응원봉에 관심이 생긴 A씨는 “옛날처럼 종이컵에 진짜 촛불을 든 사람은 하나도 없더라”며 “응원봉이 모양도 다 다르고 밝기도 밝아서 좋아보였다”고 말했다. A씨는 오는 14일 탄핵 집회에는 그룹 샤이니의 응원봉 ‘샤팅스타’를 들고 갈 예정이다.

응원봉 뿐 아니라 K팝 인기곡들이 시위 현장에 울려퍼지고, K팝 아이돌 문화의 주요 소비자인 2030 여성이 시위대의 다수를 차지하는 등 ‘K팝’은 이번 집회에서 예상치 못하게 화제의 키워드가 됐다.

탄핵 집회 뒤 응원봉 판매량 증가

응원봉을 들고 탄핵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 정효진 기자

응원봉을 들고 탄핵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 정효진 기자

K팝 아이돌 팬덤의 필수품인 응원봉은 이번 탄핵 집회를 계기로 K팝 팬덤이 아닌 이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게 됐다. 매주 탄핵 집회가 예고된 만큼, 팬덤이 아닌 이들도 ‘집회 물품’으로 응원봉을 구매하고 있다.

예스24는 9일 “예스24에서 판매 중인 거의 모든 아티스트의 응원봉 판매량이 최근 3일 간 대폭 증가했다”고 밝혔다. 응원봉은 판매량은 직전 2~4주 일평균 판매량 대비 약 3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스24에서 판매 중인 응원봉은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NCT WISH의 ‘믐뭔봄’, 라이즈의 ‘라브봉’, 소녀시대의 ‘하트봉’ 등이다. 이 중 정육면체 모양의 NCT 응원봉은 네모난 면에 ‘탄핵’이라는 글자를 붙여 꾸민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바이럴되며 특히 인기를 끌었다. 예스24 응원봉 구매 사이트 한줄평에는 ‘콘서트에 맞춰 사려고 미루다가 살기 좋은 세상 만들려고 샀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네이버쇼핑에서도 이날 ‘응원봉’, ‘응원봉 제작’, ‘야광봉’ 등이 인기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전날 밤 11번가에서도 한때 실시간 쇼핑 검색어 1위에 ‘응원봉’이 등장했다. 한 e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응원봉 카테고리가 따로 없어서 매출을 집계하기는 어렵지만 고객들의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응원봉 가격이 4만~5만원대로 싸지 않은 만큼, 당근·번개장터·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응원봉 관련 글이 쏟아졌다. 일부 판매자들은 ‘탄핵’ 글자를 오려붙인 응원봉을 판매하거나 ‘시위템(시위+아이템)’이라는 키워드를 붙이고 있다. 개인사정으로 집회 참가가 어렵다며 참가자에게 응원봉을 무료로 대여해주겠다는 판매자도 있었다. 한 플랫폼 이용자는 “집회 참가가 어렵지만 마음만은 연대하고 싶어 응원봉을 무료로 대여해드리려 하니 편하게 연락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편의점에서는 응원봉에 들어가는 건전지 매출도 소폭 상승했다. A편의점에서는 지난 7~8일 건전지 매출이 직전 주 같은 기간 대비 5.7% 늘었다. B편의점에서도 같은 기간 건전지 매출이 4.0% 늘었다.

“영원한 건 절대 없어”…K팝 파티 같았던 집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들고 있는 응원봉이 밝게 빛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들고 있는 응원봉이 밝게 빛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젊은 층이 시위에 대거 참여하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 같은 민중가요 대신 ‘K팝 명곡’이 더 많이 들린 점도 이번 시위의 특징이다. 단순히 좋은 노래가 아닌 지금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가사가 있는 노래들이 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 2016~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집회 때도 울려 퍼졌던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는 이번 집회 때도 주요곡으로 등장했다. ‘알 수 없는 미래와 벽 바꾸지 않아 포기할 수 없어’ ‘수많은 알 수 없는 길 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같은 가사가 현 상황을 그대로 묘사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많다.

‘영원한 건 절대 없어’ 라고 시작되는 G드래곤의 ‘삐딱하게’(2013) 역시 집회 인기 곡이다. 마치 콘서트장에 온 것처럼 에스파의 테크노곡 ‘위플래시’ 박자에 맞춰 ‘탄핵, 탄핵 윤석열’을 외치는 장면도 연출됐다. BBC, AFP등 외신들은 시위 현장에서 K팝 곡에 맞춰 온갖 색색의 응원봉이 반짝이고, 사람들이 춤을 추는 장면을 보고 “댄스파티 같다”고 표현했다.

오는 14일 또다시 열리는 탄핵 촉구 집회를 앞두고는 ‘탄핵 플리(플레이리스트)’ 신청 링크도 공유되고 있다.

이번 집회를 통해 오랫동안 ‘빠순이’라는 멸칭으로 불리며 부정적으로 묘사됐던 여성 K팝 아이돌 팬들은 가시화된 정치 주체로 발돋움했다. A씨는 탄핵 투표가 무산되고 실망한 채 집에 돌아오던 중, 꿋꿋하게 시위를 이어가는 ‘응원봉 시위대’를 보며 고마움을 느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밝은 모습을 시위를 하는 모습에 놀라웠고 고마웠고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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